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적 행동들은 의구심을 일으킬 정도로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고, 때문에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미국은 범세계적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 서명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동맹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자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일까?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필자는 이에 대한 원인을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예외주의 의식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미국의 외교정책이 예외주의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시간적 범위를 2001년 부임한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시기로 제한하였는데 그 이유는 21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미국 외교정책을 파악하는 것은 향후 미국 외교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예외주의 의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예외주의 의식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쳐 왔음이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부시 행정부에서도 예외주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예외주의는 미국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 요소 중 하나로 취급되어도 될 것이고,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면 그 원인을 분석할 것이다.
'예외주의'(exceptionalism)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미국의 정치·외교 이념인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즉, 예외주의란 미국의 정치·외교적 이념으로써 미국이 우월하고 예외적인 나라라고 인식하는 미국인들의 신념·태도를 말한다. 예외주의에 관련해서 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데, 토크빌(Alexsis de Tocqueville)은 미국을 예외적인 나라, 곧 다른 나라와 질적으로 상이한 나라로 언급하였고, 립셋(Seymour Martin Lipset)은 예외주의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어떤 특성을 다루는가에 따라 미국에게 최선이기도 하고 최악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헌트(Michael H. Hunt)는 미국의 형성배경, 대통령의 정책, 역사적 사실들을 종합하여 그 속에 존재하는 예외주의 이데올로기가 현재의 미국을 형성하는 구심점이 되었다고 주장했고, 로스(Dorothy Ross)는 미국 사회과학의 특이성이 예외주의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했으며, 촘스키(Noam Chomsky)는 미국 예외주의가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는 도구라고 비판하였다. 기존의 연구를 통해 예외주의가 그 동안의 미국 외교정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예외주의가 형성된 배경을 세 가지로 분석하였다. 첫째, 인적 원인으로 미국 형성기의 이민자를 들 수 있는데,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영국인들과 신대륙에 만인이 우러러보고 따를 수 있는 '언덕 위의 도시'(A City upon A Hill)를 건설하고자 했던 퓨리탄(Puritan)들이다. 이들의 선민사상과 우월감은 예외주의 형성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둘째, 환경적 원인으로 광활한 영토에서 비롯된 개척정신과 팽창주의를 들 수 있다. 미국인은 광활한 영토를 개척하고 팽창하는 것을 신이 그들에게 부여한 '명백한 운명' (Manifest Destiny)이라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개신교(protestant)에 의한 종교적 원인을 들 수 있다. 미국에는 국교가 따로 없지만 개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유난히 강한 신앙심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 교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선악 이분법인데 이로 인해 '선'한 미국과 뜻을 달리하는 국가를 배척하는 예외주의 의식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예외주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로 미국의 외교에 영향을 미쳐 왔다. 미국의 가치를 지키고 국내적 이익을 우선시 할 때는 '고립주의'의 형태로, 미국의 우월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다른 국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국제주의'의 형태로 표출되었다. 또한, 선악 이분법에 의해 다른 국가를 설득하여 미국의 가치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이상주의'적 외교정책을 펼치기도 하였고, 미국과 이념을 달리하거나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무차별 공격을 통한 '현실주의'적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대립 되는 이념들의 전환도 미국의 예외주의 의식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예외주의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행한 각종 연설들을 참고하였고,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가 되는 「국가안보전략서(2002년)」 와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2001년)」 를 분석하였다. 이 문서들에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른 국가의 협력을 요구하였지만, 협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독단적으로 '선제'(preemption)적인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한 교토의정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였으며, 2003년에는 우방국을 비롯한 UN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였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의 공식 문서와 실제 외교 사례를 통해 일방주의적인 미국의 행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우월성을 미국의 바탕으로 한 예외주의 의식이 패권적 지위와 결합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예외주의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이념적 기반임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예외주의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유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