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의 반미주의 연구가 한국 반미주의의 원인에 대해서 몇 가지로 유형화하는 데 그치고, 한·미동맹과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데 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Stephen M. Walt의 동맹의 성격 변화에 관한 이론을 준용하여, 한국적 반미주의가 한미동맹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실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여 한미동맹과 반미주의에 관한 연구의 구멍을 메울려는 노력이 있다.
한·미동맹은 지난 50여년 동안 북한의 재침을 억제하고 군사적 위협에 공동대처하면서도 한반도 및 지역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한미동맹의 성격 및 특정을 살펴보면
첫째, 위에서 언급한대로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은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연유한다. 둘째, 정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 세계관을 유지·발전 했다는 것이다. 셋째, 한·미동맹은 안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차원적 동맹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은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연합전력에 기초한 가장 제도화된 구조적 동맹으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일동맹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으며 또한 그것들 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관계는 영욕과 우여곡절의 반세기 역사를 보내면서 위와 같은 동맹의 성격을 가지면서 오늘까지 발전하여 전반적으로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굳건한 한미동맹에서 분출된 한국의 반미주의는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는 강한 편에 속한다. 그것은 오랜 권위주의 시절 억눌려 있었던 미국에 대한 불만이 민주화시대를 맞아 분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국내정치와 언론, 대중문화의 영향도 크다고 보아야 한다. 1970년대 말까지 반미주의가 없었던 한국사회에서 반미주의가 태동되고 이에 근거한 반미운동이 성장하게 된 직접 원인은 1980년 5월 광주학생 유혈진압에 대한 미국의 묵인내지 방조였다. 당시의 정치적 반미주의는 대학생, 일부지식인 등 사회의 일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한국 시장 개방 압박, 미국과 북한과의 갈등과 한국정부의 대북 강경책 반대 표명, 주한미군의 범죄 등의 이유로 경제적 반미주의와 안보·군사적 반미주의는 일반인들에게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사회에서 반미주의는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한국사회에서는 민주화를 통해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사상과 표현이 분출되면서 미국적 가치, 이념, 정책 등을 반대하는 진보세력이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발전은 한국인들에게 국가적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주었으며, 이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저항적인 형태의 사회·문화적 반미주의로 연결되었다. 2000년 이후 이와 같은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반미주의의 대중화는 필연적이었던 것일 수 있다.
한국적 반미주의가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의 차이와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의 강화는 한국에서의 반미주의 활성화의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어 한국적 반미주의 확산에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양국의 신뢰성이 감소하여 양국이 강한 결속력을 지녔다고 자부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한국에서 반미시위가 일어나면 반미주의가 더욱 고조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이용해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미주의를 선동하고 그것을 국내정치에 이용함으로써, 반미주의자들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있지 않고 결국 한마디로 미군철수, 한미동맹 붕괴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미 양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위협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전략적 동맹으로의 발전에 합의했고, 미국은 일방주의를 지양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 만큼 한국 또한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신뢰성 유지를 위해 현 정부는 동맹의지와 신뢰관계의 회복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관계에 신뢰를 가져오도록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한국의 정권 교체와 오바마 정권의 출범 이후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대미 호감도는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한미동맹은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위기 때마다 해결책을 찾아왔고,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인권에 대한 신념,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믿음에 있음을 강조했으며, 소수자인 흑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한국인들이 새삼 존중하게 된 것이 이념적 결속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갈등보다는 발전의 잠재력이 큰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적 반미주의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반미주의 때문에 한·미동맹이 붕괴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한국사회의 여론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은 한미동맹이 필수불가결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의 대외정책, 경제, 사회·문화 등이 설령 맘에 들지 않더라도 쉽게 반미시위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보통사람들은 반미주의자들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 그러나 한국의 반미주의가 한미동맹의 붕괴 요인으로서의 작용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반미주의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한미동맹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상실하고 대미예속을 심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 단계에서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한미동맹관계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된 한국인의 자긍심을 손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과거의 수직적이고 비대칭적인 한 미동맹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대등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