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와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 중의 하나는 바로 중국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은 그야말로 세계가 놀랄만한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이와 같은 중국의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사력 측면에서도 중국은 1990년대 들어 공식 국방예산을 두 자리 숫자로 계속 증액시키고 있으며, 특히 해군력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1996년 대만해협 위기에서 비롯된 미국과의 갈등 이후 인민해방군 해군력의 강화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었다고 인식되고 있다. 해군은 그 행동반경을 확장하였고, 연안방어능력 또한 심화되었다. 그리고 해상에서 전투준비능력이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핵 반격능력도 강화되었다. 중국 해군은 그 무기와 설비를 개선시키고, 정보화도 촉진하고 있으며 장거리 조준공격능력도 향상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해군력 전반에 걸쳐 현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각급의 신형 수상함, 잠수함들이 모두 이전보다 더욱 향상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중국의 해군력 증강현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군비예산 분야에서 중국 해군은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증액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거나 증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국방부의 연례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는 중국이 발표한 금액과 실제적으로 투입된 금액의 예상치를 적게는 약 400억 불에서 많게는 약 600억 불 가량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국방예산은 실제 발표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 투입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력의 현대화 비중으로 비교해봤을 때 수상함 전력에 비해서 잠수함 전력에 할당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해군전력 분야에서는 중국 해군은 2050년까지 대양해군을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3단계 원양작전능력 발전계획'을 세워 현재 2단계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2단계는 기존의 근해방어에서 전진방어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단계로 대형 수상함 건조를 바탕으로 항모전투단 창설, 신형 핵잠수함 건조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현재 중국 해군은 수상함 분야에서 뤼양 II급, 뤼저우급과 같은 대형 구축함과 장카이급 호위함을 2000년대 들어 건조하였으며, 장비도 과거 구식장비에서 신형 전투체계를 탑재함으로써 원거리 타격능력과 원양작전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잠수함 분야에서 있어서도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총 38척의 잠수함이 꾸준히 건조되었다. 특히 2008년 건조된 晉(Jin)급 잠수함(SLBM)은 기존의 夏(Xia)급 보다 더욱 향상된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에 강력한 핵 억제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K(Kilo)급, 元(Yuan)급, 宋(Song)급 등의 재래식 잠수함들도 신형 무기체계와 탐지체계를 갖춰 건조됨으로써 기존의 구식 잠수함들이 퇴역한 이후에 중국 해역 방어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 운용측면 분야에서 중국은 연합/합동/협동능력을 강화를 위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병력은 1980년대 중반 감축된 이후 26만 명의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0년 22만 명으로 감소된 후 다시 2005년 들어 약 25만 명의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런 감축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들어 해군 병력이 전체 인민해방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해군의 중요성이 간과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여보면, 1990년대 들어 중국 해군력은 국방예산의 증가를 바탕으로 현대화되고 대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원해에서 작전이 가능한 원양작전능력을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해군력을 증강할 수 있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제적 요인을 살펴보면, 냉전종식 이후 대외환경에 대한 중국의 안보 위협 인식은 '양극화'의 모순된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측면으로는 냉전종식 이후 중국은 적극적으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단기간 내에는 어떤 즉각적이고 명확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하지 않게 되었으며, 안보환경은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는 중국은 냉전종식 이후 여전히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소들이 존재하며, 중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불안감을 느끼는 근원은 크게 두 가지로, 주변국의 동맹이 중국을 포위하는 형세를 이루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과 주변 국가와 여전히 영토 및 영해분쟁이 존재하여 미래에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은 군사적인 능력을 포함하여 전방위 국력을 발전시켜야 비로소 중국의 안보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사력 발전이 아시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당연히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력이 발전하지 않으면 중국이 약세에 처하고 되고 또한 국제 사회에서도 피동적인 위치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해군력 증강의 국제적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은 대만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은 대만문제에 대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중국 민족의 존엄과 국가 주권 등 최고 정치의제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만문제에 대한 외부의 개입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무력사용이 가능한 최대의 의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러한 대만문제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군력을 통한 군사력의 투사능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남중국해는 중국의 주권, 영토 및 에너지 등 3가지 측면의 논쟁과 관련되어 있어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은 해군력의 원양 적전능력의 증대로 남중국해에서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해군력 증강의 국내적 요인으로는 지도자의 의지와 중국의 경제발전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 해군력을 증강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경제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국방예산의 지속적인 두 자릿수 증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중요하게 때문이다. 물론 앞서 살펴본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대해서 1인당 국민총소득 등은 아직 후진국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의 급격한 양적규모의 경제성장은 국방예산 증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원확보의 측면에서 남중국해의 안정적인 해상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는 해군력을 증강시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군력의 증강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목표는 중국 연안지대의 보호차원을 넘어서 더욱 광범위한 영역에 대하여 효과적인 전투력을 투사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현대화된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LBM)의 배치를 통해 강화된 전략적 억지력을 갖는데 있다.
해군력 강화의 단기적인 전략은 독립을 원하는 대만과의 전쟁, 이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시나리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만해협에서 미국과의 단기적 분쟁 발생시를 대비해 접근방어전력(Anti-Access Forces)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단기적 전략 목표의 단적인 예이다. 즉 해상봉쇄를 포함, 대만에 대한 강압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미국의 개입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자국의 광범위한 해양전략을 해군력 강화를 통해 뒷받침 하고자 한다. 지역 내에서 중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해상 영토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며,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보다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해상안보를 넘어서 오늘날 중국에게는 수호해야 할 여러 가지의 해양이익이 대두하고 있다. 동부 연안 지역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의 동력이었으며 이들 연안에서 가능한 먼 곳에 방어경계선을 갖도록 하는 해양전략이 절실하다. 또한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해군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 해군력의 증강요인으로 자원확보의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국 해군력 건설의 요인으로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국제적 요인인 대만문제와 국내적 요인인 경제성장이 핵심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국제적 요인인 원해(남중국해)에서의 SLOC 보호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