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각 지역에 다양한 목적으로 수많은 군사적 개입을 해왔다. 특히, 냉전시대에 있어서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 방지, 민주주의 수호 등과 같은 명분하에 세계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국익과 관련 있는 곳에 직·간접적으로 군사개입을 하였다. 냉전이 종식되고 구소련 연방이 해체됨에 따라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그 어느 나라도 대항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그러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2001년 발생한 9·11테러는 미국 국가안보전략의 변화를 가져왔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군사력의 사용 의도를 내비췄다.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 하였으며, 국가존립과 안보에 관계있는 사안일 경우에 필요하다면 선제공격 및 독자적인 군사력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와 같이 부시 행정부는 상황에 따른 군사력 사용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표명하였으며, 결국 9·11 테러 이후 변화된 국가안보전략 개념 하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수행해 온 것이다.
미국은 인권이나 인도적 차원의 문제가 야기되는 지역에 대해서 선택적이지만 지속적인 개입을 해 왔다. 미국이 어떤 경우에 군사적 또는 인도적 개입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무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간에 군사적 개업을 감행한 것은 미국의 국익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진 당연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연 미국의 군사개입이 유일한 수단이었으며 가장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사례로 미국이란 초강대국이 군사개입을 하게 되는 결정요인을 실증적으로 밝히려고 한다.
미국의 군사개입 결정요인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논의된 내용들을 종합하여, 국가이익, 의회와 국민의 지지, 군사적 목표와 목표의 실현가능성, 최후의 수단이라는 네 가지 요인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군사개입 결정요인들이 부시행정부가 해외에 대규모의 군사개입을 단행하였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의 결정에 미친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이익 측면이다. 미국은 9·11 테러로 인해 사활적 이익을 위협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테러를 응징하는 차원을 넘어서, 취임 이후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고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도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아프간전은 부시행정부의 중요한 기반인 석유자본과 군수자본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으므로, 핵심적 이익의 추구는 아프간전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라크전의 결정에 있어서 내세운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및 반테러 캠페인은 대외적 명분에 불과했다. 오히려 세계 에너지 수급체계의 주도권 회복을 위한 핵심적 이익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개입을 결정하였고 아랍지역의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중대한 이익이 부차적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미국의 군사개입이 국가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결정되어지기는 하지만 반드시 사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핵심적 이익 심지어는 중대한 이익을 위해서도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의회와 국민의 지지 측면이다. 부시행정부는 두 개의 군사개입 사례에서 모두 미 의회의 합법적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미 행정부는 군사개입의 필요성을 절감할 경우에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의회와 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했다. 즉 미국은 대규모 군사개입을 결정함에 있어 미 의회와 국민의 지지를 필수 요소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군사적 목표와 목표의 실현 가능성 측면이다. 부시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군사개입과 관련해 명확한 군사목표를 내세웠다. 그리고, 절대적 군사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확신하였다. 특히, 미군의 인명 손실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며, 아프간전에서는 북부동맹군을 활용하여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였고, 이라크전의 경우 인명피해를 감소하더라도 개입을 감행하였다. 결국, 군사적 목표와 목표의 실현 가능성은 미국의 군사개입시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넷째, 최후의 수단 측면이다.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에서 부시 행정부는 국제 사회와 국민들의 지지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과 명분을 위한 각종 대안의 검토를 거치면서 군사개입의 결정이 최후의 수단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최후통첩을 거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간에 대한 적절한 제재나 강압수단 등 별도의 외교적 조치 없이 아프간을 공격했으며, 이라크에 대해서는 UN 안보리에서 군사력 이외의 다른 수단과 대안들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군사개입을 결정함으로써 최후의 수단이라는 요인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이익의 추구 의회와 국민의 지지 군사적 목표와 목표의 실현 가능성은 부시행정부의 군사개입 결정에 영향을 미친 주된 요인이며, 반드시 최후의 수단이 아니더라도 군사개입을 결정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국가이익, 의회와 국민의 지지, 군사적 목표와 목표의 실현가능성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군사개업의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화와 협력, 국제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부시 행정부와 달리 최후의 수단으로써 군사개입을 결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과 이전의 군사개입에 대한 교훈들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개입시 국제적 지지 안정화 작전의 성공여부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것이라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