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 양상을 타개하기 위해 영국에 의해 개발된 전차가 1916년 솜므(Somme)전투에 최초 투입된 이래, 기갑전력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상군의 핵심전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무기체계, 작전수행, 조직편성 측면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라크전쟁' 이후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중심이 된 실시간 정보수집과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해지면서, 적 지휘체계를 마비시키기 위해 종심으로 기동하는 기존 重기갑부대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 또한 분란전, 테러리즘, 소규모 분쟁 형태의 제4세대 전쟁이 장차전의 한 양상으로 부각되면서 필요 이상으로 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重기갑부대는 오히려 군사적·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은 첨단 기술전쟁과 제4세대 전쟁이라는 다소 상반되는 두 가지 전쟁 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SBCT) 배치, 미래전투체계(FCS)로의 변환 등 기존 重기갑부대를 첨단 '中형 기갑부대'로 변환하는 새로운 기갑전력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의 입장에서 이러한 최신 기갑전력 혁신 추세를 무조건 수용하기에는 '中형 기갑부대'의 효용성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대규모 기갑전력을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과 한국군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여건을 반영한 한국군 기갑전력 혁신 방향에 관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20세기 이후 각국의 다양한 '中형 기갑부대'가 투입된 6개의 군사작전 사례들을 고·중·저 강도별로 구분하고 각 사례별 '中형 기갑부대'의 치명성 및 생존성, 범용성, 지형에서의 운용능력, 신속 전개능력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中형 기갑부대'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도출하고, 한국의 지리적·안보적 환경과 현재 남·북한군의 기갑전력 실태를 반영하여 한국군 기갑전력 혁신방향을 제시하였다.
사례분석 결과 '中형 기갑부대'는 적절한 화력과 방호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높은 기동성과 신속 전개능력을 주요 특성으로 하며, 주요 작전 등 고강도 작전부터 평화유지 작전 등 저강도 작전 범위까지 폭넓게 운용이 가능하였다. 고강도 작전에서는 적 重기갑부대와의 대전차 전투에는 불리하였지만 아군 重기갑부대가 주로 수행하는 공격·방어 등 주요작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경계와 수색·정찰 등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특히 심각한 적 대전차 위협이 없는 중강도 및 저강도 작전에서는 輕기갑부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생존성을 보이며 重기갑부대보다 효과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였다.
'中형 기갑부대'의 유용성은 한국군의 현재 상황을 비추어볼 때에도 부합되는 측면이 크다. 첫째, 산악지형 및 도시가 많은 지리적 환경에서 '中형 기갑부대'의 기동성 및 전개능력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둘째, 동북아지역 소규모 분쟁 및 UN PKO 참여 확대 등 한국군의 중강도 및 저강도 작전 소요 증가는 '中형 기갑부대'의 필요성을 배가시킨다. 반면 현재 한국군의 기갑전력은 북한군과의 전면전만을 대비해 구축되어 있어 다양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군 기갑전력 혁신은 무기체계, 작전수행, 조직편성 측면에서 '中형 기갑부대' 운용을 전제로 구상되어야 한다.
그 결과 현재 한국군 기갑전력 혁신 방향은 전면전 위협에 대비한 첨단 重기갑부대와 다양한 효율성을 지닌 '中형 기갑부대'의 균형적인 기갑전력 구축이다. 첫째, 무기체계 측면에서 기갑 무기체계 통합개발을 통한 군수지원의 효율성 증대 및 경비 절감과 무인 무기체계 전력화를 통한 전투원 생존성 및 정보획득 능력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中형 기갑부대' 편성을 위한 한국형 첨단 中형 기갑차량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작전수행 측면에서 북한군의 대규모 기갑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면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강도·저강도 작전 역시 대비해야 한다. 고강도 작전에서는 重기갑부대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중강도·저강도 작전에서는 '中형 기갑부대'를 운용해 다양한 범위의 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조직편성 측면에서 기존 기계화보병사단 및 기갑여단 예하 기갑수색대(중)대는 '中형 기갑부대'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중강도·저강도 작전을 전담할 2개 여단 규모의 '中형 기갑부대'를 편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군의 重기갑부대와 '中형 기갑부대' 비율은 5:1로 유지하여 다양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국군 기갑전력 혁신의 핵심인 '中형 기갑부대' 운용은 한국군의 현재 작전능력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장차전 양상에 대비하는 중요한 혁신 방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혁신이 효과적으로 추진된다면 차후 한국군 기갑전력은 북한군의 대규모 기갑전력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국제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군사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군사외교활동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