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이래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경쟁은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점차 군사적으로 이용되었고 이제는 우주의 군사화를 넘어 무기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미국과 중국의 반위성무기(ASAT) 시험은 우주의 무기화 경향을 잘 반영하는 사건이었으며, 국제사회의 우주군비통제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왜 우주군비통제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까?'라는 문제를 가지고 기존 우주군비통제 접근 방법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나아가 대안적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ASAT 시험으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우주 전략을 분석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특히 우주군비통제가 겪고 있는 현재의 교착상태와 미국과 중국 사이에 펼쳐지고 있는 우주군비경쟁의 양상에는 우주의 무기화라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우주의 무기화와 군사화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으나 다양한 개념 정의를 고찰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① 우주의 군사화는 체계의 특성이 수동적, 비파괴적, 비공격적인데 반해 무기화는 능동적이며 파괴적이고 공격적이다. ② 우주의 군사화가 민군 겸용인 반면 무기화는 군사 전용이다. ③ 우주의 군사화가 주로 우주에 위치한 반면 무기화는 그 위치에 관계없다. ④ 우주의 군사화가 주로 군사력을 지원한다면 무기화는 군사력을 투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특징에 비추어 볼 때, 미사일방어체계(MD)나 ASAT은 모두 우주의 무기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냉전시대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시작된 미국의 우주 전략은 2001년 이후 공세적이고 지배적인 모습으로 변화하였는데, 이는 적대국은 물론 우호국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우주 접근을 거부하고 필요시 공격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은 다양한 우주무기개발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우주 자산이 가지는 근본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자국의 위성을 보호하려는 방어의 합리성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더 나아가 점차 심화되어 가는 우주 개발의 경쟁 속에 현재의 기득권을 잃지 않고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협에 대한 인식과 협력에 대한 의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향후 미국의 우주 전략은 국가안보이익의 수호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우주 전략의 미래는 대화와 협력, 다자안보체제와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 기조 아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우주군비통제를 위한 도약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흥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우주 전략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우주 패권, 전략적 핵억제력의 상실, 상업 및 민간 우주 활동 제한 그리고 대만 유사시 군사적 영향력 약화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미국의 우주 전략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지상체계에 기반을 둔 '비대칭적 대우주 능력(asymmetric counterspace capability)'을 위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우주 전략과 능력에 비추어 볼 때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며 전략무기증강, MD 대응책 그리고 ASAT 개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에는 위협에 대한 거부와 신흥 우주 강국으로서의 야심찬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결국 중국의 대응 수준은 미국의 MD 구축과 우주무기화 정도에 매우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에 미·중 간의 대립과 견제는 점점 심화될 우려가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 우주군비통제의 대안적 접근 방법의 모색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바이다.
미국의 우주 전략과 중국의 대응에 대한 분석이 우주군비통제에 주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제보다 과장된 위협 인식이 우주군비통제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견제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성공적인 우주군비통제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의 ASAT 시험은 이러한 양상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오인과 오해를 해소하고 협상을 위한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향후 우주군비통제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며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우주의 무기화를 우주군비경쟁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현실성 측면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술력과 자금력 그리고 역사적 경험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의 우주군비경쟁 가능성은 가까운 미래에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대신 현재 중국은 비대칭적 대우주 능력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확산의 측면에서 국제안보와 지역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MD를 비롯한 미국의 우주무기화 전략으로 인한 중국의 비대칭적 대우주 능력이 핵무기와 미사일 등의 무기의 확산을 부추기게 될 것이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비확산 레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함의를 바탕으로 향후 효과적인 우주군비통제를 위한 대안적 접근 방법을 양자적 측면과 다자적 측면에서 제시하였다. 우선 양자적 측면에서는 투명성과 신뢰구축방안을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오인과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사우주프로그램을 비롯한 자국의 우주프로그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러-미 감시 위성(RAMOS)'과 같은 우주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양자적 차원의 투명성과 신뢰구축방안(TCBMs)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국제법적인 구속력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현재 우주군비통제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다자적 측면에서는 양자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지기 위하여 다자간 조약 체결의 협상을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주의 무기화가 확산의 문제에 영향을 미침을 고려하여 핵분열성물질생산중단협정(FMCT) 등의 군축회의 4대 핵심 의제와 연계하여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우주의 무기화로 인한 우주 잔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ASAT을 비롯한 우주 무기의 개발과 시험을 금지의 필요성을 위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많은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의 우주 전략에도 몇 가지 시사점을 주었다.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주의 군사적 이용이 심화되고 있으며 경쟁의 심화와 우주 활동 주체의 증가로 인해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한국은 향후 우주의 무기화를 막는 우주군비통제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찰 위성과 같은 통상적 수준의 군사적 우주 이용 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역 내에서 평화적인 우주 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동북아의 우주 협력을 주도하는 촉매 역할을 담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