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안보환경은 국가간 군사적 갈등이나 전쟁만이 위협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이슈들이 국가 및 사회, 그리고 개인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9.11 테러, 조류인플루엔자, 신종인플루엔자(H1N1), 동남아 쓰나미,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 등 일련의 사건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안보환경이 새롭게 변화하였으며, 지금도 그 변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깨닫게 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위협을 '비전통적 위협'이라 부르고 있으며, 해당 위협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역을 '비전통적 안보(Non-traditional Security)'라 한다.
이러한 비전통적 이슈들은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이른 바, 초국가적인(transnational)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가와의 긴밀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한·중·일은 역사문제, 영토 분쟁 등의 장애로 인해 전통적인 안보뿐만 아니라, 비전통적인 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기구나 조직을 제도화하는데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전통적 안보의 개념을 전통적인 그것과 비교하여 고찰하고, 한·중·일 각국의 비전통적 안보분야에 대한 정책과 협력의 현황을 모색하며, 해당 협력을 촉진 또는 저해시키는 요인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또한 비전통 안보협력 증진을 위해 3국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한국의 정책 방향을 도출할 것이다. 이를 통해 3국이 처한 비전통적 위협의 심각성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3국 협력의 수준, 그리고 향후 전망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비전통적 안보는 비국가 조직이 사회와 각 개인의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군사'와 '전투'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비전통적'은 '비군사적', '비전투적', '비재래식'이라는 용어와 구분되어 졌고, 비전통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다자적이고 종합적 수단이 사용되어야 함을 도출했다.
둘째, 탈냉전과 아시아 금융위기, 9.11 테러, 쓰촨성 지진 등으로 3국은 지역 및 다자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 비전통적 안보 협력에 관해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일부 교역 및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 있어서,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협력이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테러리즘·대량살상무기·금융·질병·재난·해적행위·마약·불법이민 등의 분야는 다자적 협력이 문제해결에 필수적인 바, 국제적·지역적 기구를 통한 간접협력이나 3자간 직접대화의 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3국간 비전통적 안보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역사문제, 민족주의, 지역정체성 결여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3국 공동의 역사연구, 교과서 편찬, 교류확대, 에너지 및 자원의 공동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도출하였다. 또한 미국의 신중한 입장, 중국의 선택적 개입, 중·일 지역 세력경쟁 및 3국간 군비증강 등 여러 저해요인이 발견되었으나, 앞으로의 안보환경이 전통적 안보보다는 비전통적 안보가 더 빈번히 발생하여 그 심각성이 증대될 것이므로,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3국간의 협력은 지속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한 교훈과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3국 간 얽혀 있는 역사문제, 민족주의 등의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3국간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비전통적 안보분야에서의 3국간 협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은 중요하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적 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바로잡았던 것처럼, 일본이 '난징학살', '위안부 문제', '배상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는다면, 한·중·일 3국간 얽혀있는 역사문제의 고리를 풀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중국과 한국도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일본이 한발 앞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 일본을 지나치게 직접 자극하는 정치적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둘째, 3국의 비전통 안보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제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난관리, 금융분야, 지역내 해적퇴치 등 3국 협력의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대테러,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등의 이슈는 정치적 차원에서 선언적인 성과만 있을 뿐,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를 제도화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09년 10월 개설된 '3국 사이버 협력 사무소(TCCS)'를 상설화는 것은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셋째, 3국의 비전통 안보협력을 증진함에 있어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국을 개입시키기 위해선 3국간 공동의 이익이 되는 분야를 개발하고, 에너지와 같이 중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전략과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한국이 내·외부적 정책과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한국은 북한이라는 전통적 위협과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전력 투자한 결과, 그동안 비전통적 안보 위협을 고려한 정책수립과 예산 투자가 부족했다. 그러나, 한국도 더 이상 테러리즘·WMD, 경제위기, 질병, 환경문제, 해적행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으므로, 해당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내부적인 정책 변화와 전략수립, 그리고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외부적으로도 중국과 일본의 지역 세력경쟁 구도에 끼어있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중·일로 하여금 비전통적 안보분야에 협력을 촉진할 '촉매자' 혹은 '교량국가'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