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전략문화의 독특성과 유용성을 전제로 중국만의 독특한 전략문화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중국 전략문화의 원천은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중국의 전략문화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으며, 서구와 비교해 볼 때 어떻게 다른가? 중국의 전략문화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가?
중국 전략문화에 대한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방어적 전략문화라는 시각과 공세적 전략문화라는 시각, 그리고 정치적 이상과 현실 정치적 요소가 혼재된 특이한 형태의 전략문화를 형성하였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중국의 전략문화가 방어적이라는 시각은 주로 평화를 선호하는 중국의 전통적 정치이념에 주목한 반면, 공세적이라는 시각은 구체적인 전략의 수준에서 중국은 철저하게 전쟁에 대비하고 공세적인 전략을 추구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스코벨(Scobell)은 이러한 두 가지 지류가 혼합되어 '방어의 신화(cult of defense)'를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전략문화에 견해들은 이렇듯 너무도 상반되지만, 모두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서로 다른 견해들은 전략문화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전략문화가 방어적이라는 시각은 전략문화를 정치적 수준으로 접근한 것이고, 공세적이라는 시각은 군사적 수준으로 접근한 것이다. 또한 한 국가의 전략문화를 공세적 또는 수세적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전략문화의 독특성과 유용성을 제한받을 수 있다.
중국의 무력사용은 확실히 서구와는 다른 면이 존재하며, 그것은 공세적 또는 방어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른 면이 존재하는 근본 원인은 첫째, 중국은 전쟁을 정치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고 있고 둘째, 중국에서 말하는 평화 또는 질서의 상태는 서구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전략문화의 원천을 이루고 있는 전통적 정치사상과 전쟁관을 살펴보면 중국은 응징전략의 전략문화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로부터 중국은 긴 국경선에 걸쳐 중국 본토를 위협하는 여러 적들의 위협에 대응해야했다. 이러한 적들은 때때로 독자적으로 세력을 키우거나 상호 연합세력을 형성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중국을 위협했다. 따라서 중국은 자신의 질서를 벗어나 위협적인 세력으로 성장하기 전에 이들을 훈계(訓戒)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수단이 바로 군사적 수단을 동반한 응징(膺懲)이다.
중국의 응징전략은 서구적 개념과는 다른 독특한 중국만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수준에 있어서 중국은 국제관계를 대국과 소국이라는 위계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 제한 등을 포함하여 '위계질서'라는 개념적인 정치적 메시지 전달과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유지, 즉 친(親)중국화를 정치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군사적 수준으로 볼 때 군사적 목표를 정치적 목적에 철저하게 종속시킴에 따라 군사적 충격 그 자체가 군사목표이며,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판단 시 일방적인 전쟁종결 선포 후 철군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국의 응징적 전략문화는 고대는 물론 현재에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인 전쟁과 중·월 전쟁이다. 두 전쟁과 분명 다른 조건과 상황 하에서 일어났지만 비슷한 모습을 보였고, 중국은 개념과는 다른 전쟁수행을 하였다. 당시 중국의 국제관계 인식은 서구적 개념과 상이하였는데, 특히 중국의 전쟁목표는 정치적 목표와 군사적 목표가 비교적 명확하면서 구분이 되는 서구적 개념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었다. 또한 협상 또는 평화회담을 통해 전쟁을 종결시키는 서구적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특이한 형태의 전쟁 종결방식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전략문화의 독특성과 유용성이라는 측면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 전략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중국의 전략문화는 서구적 개념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리구조를 갖고 이것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견해는 기존 중국의 전략문화에 대한 주장과 많은 부분에서 상충되고 있지만 이것은 고대 중국의 정치사상과 전쟁관, 중국의 지정학적 특성, 동양과 서양의 전략개념의 차이 등에 대한 다른 인식에서 기인하였음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