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전쟁 초기에 첨단 재래식 무기체계를 앞세운 미군의 위력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이 두 전쟁은 안정화 작전의 중요성을 새로이 부각시키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군이 전투병을 파병하여 안정화 작전을 수행했던 전쟁인 베트남전쟁에서의 한국군 대게릴라전을 연구함으로써 한국군이 수행한 안정화 작전의 원칙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국군은 한국전쟁의 경험을 통해 대게릴라전 전략을 형성하였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기간 동안 한국군은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토벌작전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반란세력들은 제주도, 지리산, 태백산 등지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하였고, 한국군은 이에 대한 대게릴라전을 수행하였다. 이 시기의 대게릴라전을 통해서 한국군은 대게릴라전에서 민간요소가 중요하며, 민심을 얻는 것이 게릴라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임을 파악하였다.
초대 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장군은 한국전쟁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 작전의 최우선 순위를 민사심리전에 두었다. 민사심리전은 게릴라전 상황 하에서 민군작전과 심리전을 통합하여 수행하는 작전형태이다. 민사심리전의 요체는 주민들로부터 민심을 얻어 게릴라와 주민을 분리시키는 것이었다. 한국군은 민사심리전을 통해 사람을 얻는 것이 전투에서 적을 사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의 대게릴라전은 중대전술기지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중대전술기지는 중대 단위로 마을을 연하여 전면방어기지 형태의 주둔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채명신 장군은 효과적인 민사심리전을 위해 소규모 부대를 주민과 가까이 배치하여 베트콩과 주민을 분리시키고, 주민을 보호하며, 대민지원을 통해 민심을 얻었다.
중대 전술기지는 한국군 평정작전 성공의 핵심요소였고, 중대전술기지의 성공요인은 지속성, 근접성, 융통성이었다. 한국군은 중대전술기지를 설치하여 주둔함으로써 주민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었고, 마을과 가까운 곳에서 대민사업을 활발하게 수행하여 긍정적인 대민관계를 유지하였다. 또한 소부대 단위의 작전이 가진 융통성은 적의 기습에 의한 피해를 줄였고, 기동성을 바탕으로 넓은 전술책임구역에 대한 성공적인 평정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본 연구는 군사적 관점에서 베트남전쟁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전쟁은 아직도 연구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그만큼 베트남 전쟁에 대한 군사적 관점의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5년부터 각 정부 부처는 베트남전쟁 관련 모든 문서를 공개한다는 방침 하에 각종 자료를 공개하였고, 육군본부와 국방부는 지속적으로 베트남전쟁 사료의 영인본을 발간하고 있다. 그만큼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충분한 연구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건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