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동구 사회주의체제의 변화와 소련의 붕괴, 중국의 개혁과 개방정책 등으로 인해 급격한 대외적 안보환경의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김일성 사망과 김정일의 권력승계, 심화된 경제난 및 사회일탈현상 증가 등으로 체제위기에 직면 하였다. 이에 김일성 사후 권력을 승계 받은 김정일은 단시간 내에 극복하기 불가능 했던 대·내외적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북한의 붕괴설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위기상황에서 김정일은 유훈통치 이후 체제안정과 국가적 위기를 관리하고자 '고난의 행군'과 '강행군'을 선포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우리식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면서 김정일은 1997년 10월 당 총비서에 추대, 1998년 9월 5일에는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됨으로써 본격적인 김정일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정일은 대내·외적인 문제를 타파하고, 체제결속을 위해 '강성대국' 이라는 국가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김정일의 강성대국 건설의지는 1998년 8월 22일 「로동신문」 정론 '강성대국'을 싣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매년 공동사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핵 개발은 북한의 정치·사회·경제 등 전 분야에 있어서 국가적 생존과 체제안정을 위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990년대의 체제위기 상황에서 북한이 보여준 가장 독창적인 방법이며 군의 부상과 일맥상통한다.
김정일은 군을 가장 효율적이고 정치·사상적으로 우수한 조직으로 판단하고 총체적 위기국면에서 사상적 해이와 사회적 일탈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군을 주민통제에 적극 동원하였다. 또한 북한경제발전에 필수적인 도로, 발전소 등 대규모 건설사업과 토지정리 사업, 목장과 양어장 건설 등 농업부문에서도 군을 동원하는 등 경제건설의 주력부대로써 군을 활용하였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하며 대외적으로도 그 위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김정일은 핵 개발이라는 국가전략을 수립하였다.
북한의 핵 개발은 '재래식 전쟁에 의해 남한을 이길 수 없다.' 라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군부의 위상을 세울 수 있었으며, 남한과의 적절한 시소게임을 통해 경제적인 원조를 얻을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략이 숨어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과감한 핵 외교정책을 펼침으로써 북한 방식의 목소리를 드높힐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핵 개발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 키고 있으며 동북아 및 세계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1990년대 초부터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실천되지 않고 있으며, 북미 기본합의문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2002년 10월부터 시작된 제 2차 북핵 사태의 전개양상은 1990년대 초 1 차 북핵 사태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심각성을 갖는다. 특히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한 이후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 상태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 개발은 NPT체제를 통한 기존 핵보유국 위주로 한 핵 확산방지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한다. 특히 친 국제제도주의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정부에게, 핵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제도의 규칙을 위반한 북한의 핵개발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이러한 핵 개발은 제 3세계의 추가적인 개발 가능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 시라아, 이라크 등도 핵무기를 이용한 對 미국 강경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즉, "어차피 재래식 무기로도 당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죽을 때 죽더라도 핵 공격 한번이라도 타격을 주고 죽겠다."라는 치킨게임적 북한의 전략이 전 세계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비대칭무기의 비이성적 사용 위협의 증대'는 전통적 국제 정치 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새로운 형태 위협이 될 수 있다. 상대 적국에 대항하는 작은 각 단위 국가들의 독단적인 파괴적 무기의 비이성적인 조치 는 국제안보를 매우 불안하게 할 것이다. 이처럼 김정일은 북한식 국가위기 관리를 위해 핵을 개발하였으며 핵은 내부적 결속과 체제안정, 국제사회에 서의 위상 제고, 경제적 이득, 안보적 위협상황에서 마지막 히든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김정일은 현재 북한이 직면한 체제 불안정과 경제적 낙후, 안보위협 등의 당면과제를 자력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핵 개발 카드를 고수할 것이다
그러나 핵 개발을 통한 북한의 협상전략과 생존전략은 제한적 성공을 얻을 수 있으나 사회, 군사, 정치, 안보 등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김정일은 북한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핵 개발이라는 비이성적 판단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