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침체되어 있던 출판시장이 최근 e-Book 시장의 급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적인 e-Book 시장의 성장 흐름 속에서 IT 강국인 한국은 어떤 국가 보다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결과는 크게 달랐다. 대형 출판 유통업체들이 전자제품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e-Book 전용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e-Book 시장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으며, 시장의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과거에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나 음악 시장이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했음을 떠올렸을 때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Book 시장에 필수적인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률이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더욱 큰 의구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 출판시장과 e-Book 시장의 분석을 통해 e-Book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보고자 하였으며, 국내 e-Book 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미국에서 킨들이 출시된 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던 국내 e-Book의 발행량이 2010년 이후부터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e-Book 시장의 수익률이 낮아 출판사들이 e-Book 제작수를 줄이거나 아예 제작을 포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국내의 e-Book 시장은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제작되고 있다. 가장 많은 e-Book이 제작된 장르의 e-Book 수는 하위 5개 장르를 합한 것보다 많다. 이는 e-Book 단말기의 기술적 한계와 출판 유통업체가 e-Book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셋째, 종이책 판매순위 상위권 100개 도서 중 e-Book으로 제작된 비율이 20%에 그쳐 미국의 86%에 비해 현저히 낮다. 즉, 출판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종이책의 e-Book 제작을 기피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e-Book 시장의 살펴본 결과 이상의 문제들이 국내 e-Book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첫째, 국내에서 e-Book 시장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출판사의 소극적인 e-Book 시장 참여이며, 이는 출판사들이 e-Book 시장에 대해 느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e-Book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출판사가 아닌 출판 유통업체라는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출판사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서는 결국 출판사가 '콘텐츠 공급자'로서 e-Book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e-Book 기술은 모두 미국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국내 소비자의 기대치를 감안했을 때 국내 출판시장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 현재의 e-Book 콘텐츠와 단말기로는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형 e-Book 표준 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셋째,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판사 주도의 출판 공동체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영세한 출판사들이 대형 출판 유통업체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e-Book 시장의 매우 중요함을 인지하고 e-Book 시장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내 출판시장과 소비자의 성향을 반영한 과학적인 시장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한 구체적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출판사의 관점에서 현실성이 반영된 정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출판사의 인식 변화이다. 과거 온라인 음악시장의 성장과정에서 음반제작사가 유통업체에 대부분의 수익을 넘겨주었던 사례를 생각했을 때 출판사의 위기의식은 불가피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식을 조금만 바꾼다면 e-Book 시장은 국내 출판시장의 불황을 극복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통해 출판사들은 출판시장의 주체로서 지위를 되찾고, 출판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출판시장의 부흥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