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식민주의(post-colonialism)는 과거 제국주의의 역사를 통하여 만들어진 식민담론이 서구는 우월하고 타자인 비서구는 열등한 존재로 규정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비서구 주체들로 하여금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해체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비판적이고 실천적인 이론이다. 후기식민주의 이론은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적인 다문화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는데, 시각 예술 분야에서도 기존의 서구, 백인, 남성이 주도해온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으며, 비서구 출신의 작가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며 미술계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의 비서구 미술이 민족적인 차원으로만 인식되어 오던 것을 거부하며 본격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인데, 주로 사회·정치적 맥락과 연결된 인종·성·민족·지역 등 정치적 쟁점을 담고 있으며, 근래에는 이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정체성과 소통·관계·인간애 등의 범지구화적인 작품으로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본 논문은 현대미술에 있어서의 후기식민주의 미술의 흐름을 고찰해보고, 한국현대미술이 지역적이고 민족적인 관점을 뛰어넘어 보편적이면서 객관성을 획득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후기식민주의 이론을 통해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후기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주요논의와 함께 현대미술에 나타난 후기식민주의 담론의 전개를 살펴본 후, 이를 기반으로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후기식민주의적 관점을 대표 작가들의 사례를 통해 연구해 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Ⅰ장에서는 후기식민주의 이론을 고찰해 본다. 특히, 시각문화에 대한 후기식민주의 담론 형성과정과, 후기식민주의 대표적 이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호미 바바(Homi Bhabha),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C. Spivak)의 이론들을 각각의 주요 논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후기식민주의 이론이 후기식민주의 미술의 이론적 토대가 됨을 이해해 볼 것이다.
Ⅱ장에서는 후기식민주의 관점에서 본 현대미술의 흐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그 동안 미술계에서 서구의 미술은 우월하고 비서구·유색인종·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은 열등하다는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타자화 된 비서구 미술이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어서 후기식민주의 전시를 시대순으로 고찰하고 후기식민주의 전시에 나타난 문화권력에 대하여 논의 할 것이다.
Ⅲ장에서는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후기식민주의적 시각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화, 다문화주의, 포스트내셔널리즘의 영향을 받아 후기식민주의적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해 보고, 유목주의, 지역성, 세계화로 집약되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시각을 김수자, 서도호, 이불의 작품을 통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맥락을 통하여, 한국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후기식민주의적 시각의 작품과 후기식민주의 이론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한국현대미술이 민족주의적 한계를 지닌 비서구 미술이 아닌 개별적인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