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성리학의 두 학풍인 주리론과 주기론을 적용하여 한국 전통화예의 성리학적 해석을 시도한 연구이다. 한국 전통화예는 오랜 역사적 문화를 바탕으로 발달되어 왔지만 문학이나 음악, 회화, 공예 등과 같은 예술영역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자연소재를 작품화하는 예술영역으로서 현존하지 못하는 시간적 제약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제약성을 가진 전통화예를 연구하기 위해서 조선회화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의 정신적 철학사유는 성리학이 근간을 이루었고 그 성리학의 철학사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술영역은 조선회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화 안에 표현되고 있는 화예그림은 전통화예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채택한 회화의 분야는 문인 사대부들이 주축이 된 문인화를 중심으로 한 일반회화와 일반회화의 한 분야지만 회화의 특징상 별도의 구분을 한 풍속화, 화훼화, 기명절지화 그리고 민화 속 책거리 그림 등이다.
성리학의 주요 철학사유인 이기론은 理와 氣의 관점에서 우주와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해석하였는데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에 의해 두 관점은 가장 잘 대비되어 설명되고 있다. 두 학자의 이기론은 인간의 본성과 감정의 부분을 사단칠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理와 氣에 대한 관점을 예술과의 관계에서 살펴보면 현상의 이치를 중요시한 퇴계의 주리적 관점은 예술의 이념이나 원리, 원칙과 대응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氣의 작용을 상대적으로 중요시한 율곡의 주기적 관점은 예술의 도구나 질료와 대응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조선시대 회화를 두 관점으로 분석하였고 분석에 따른 중심개념어를 추출하였다.
따라서 조선회화에 내재되어 있는 성리학적인 사유에서 주리적 관점에 의한 중심개념어는 관념적, 사의적, 상징적, 형식적, 균형적, 방법적, 담박성, 의례적, 조화성, 구체적, 안정적 등의 중심개념어를 도출하였고 주기적 관점에 의한 중심개념어는 감각적, 감정적, 분위기, 공간적, 역동적, 파격적, 변화성, 강렬함, 비형식적, 불균형적, 주관적, 장식적, 호연지기, 포괄적, 자유성, 투박함, 해학적, 즉흥적 등의 중심개념어를 도출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를 한국 전통화예에 적용하여 해석해 보면 한국 전통화예는 주리적인 면과 주기적인 면이 조화를 이루며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작가의 조형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율곡이 주장한 이기지묘의 철학사상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결과로서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理적 측면인 예술의 원리와 氣적 측면인 예술의 도구가 하나로 조화되어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의의는 성리학의 철학사유를 한국 전통화예와 연관하여 철학과 예술을 접목하였고 조선회화를 선택하여 분석하고 도출된 결과를 한국 전통화예에 적용해서 성리학적인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