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그 안의 인간과 환경 그리고 교육에 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존재하며 그것은 이성의 능력으로 획득되거나 판단될 수 있다고 생각한 합리주의는 상상력을 몽환적이며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것은 서구사회의 인식론적 흐름이지만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재 디지털 문명이라고 일컫는 것 또한 합리적·분석적 사유를 지향하는 흐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이성 우위에서 바슐라르의 연구를 통한 상상력의 위상의 복원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우리가 짐작해 왔던 것 보다 훨씬 인간의 삶에 구체적이고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변화의 모습은 교육에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물론, 현재의 교육에서도 감성교육을 강조하지만 이런 교육은 감각적 기관이나 이성적 활동에 근거한 지성교육의 부가적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감성교육과 창의력교육의 근간인 상상력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상상력의 세부 모습인 허구, 몽상, 판타지, 상징적 사고의 개념에 대한 인식은 현실세계로 가는 매개로 쓰기에 약한 존재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이야 말로 현재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넓혀 갈 가능성을 제시 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히고자 하였다.
먼저 바슐라르의 이론을 통해 상상력의 체계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교육과의 관계를 고찰해보았다. 예술분야 교육에서는 더욱 그러하지만 보통 우리는 창의적인 사람은 타고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상력활동은 언제까지나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론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창의성은 교육을 통해 발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바슐라르의 이론 중 '물질 상상 이론'에 근거하여, 물질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 발생하는 잠재적 이미지를 미술교과안에서 표현하는 2가지 연구안을 짜보았다. '물질적 상상력'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이론은 어떤 대상의 형태적 시각성에 사로잡히기보다 그 이전의 근원으로 파급되는 이미지로 접근하는 상상력이다. 대상의 물질성에 기반 하여 발전하는 이 상상력은 학습자의 상상의 세계를 더욱 풍부히 해줄 수 있다.
바슐라르의 이론을 적용한 커리큘럼의 2가지 중 하나는 바슐라르의 4원소 중 가장 학습자와 가까운 '물'이란 물질을 다루었다. 그리고 또 다른 수업은 '석고'를 가지고 아이들의 상상력에 접근하였다. 첫 번째 '물이야기'수업에서는 물의 변화된 모습을 감각적으로 탐구, 관찰하여 언어로 상상력을 표현해 보았다. 학습자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이미지의 전환을 경험하고 구체적인 상상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런 활동은 창의성의 항목 중 '민감성'을 깨우는 것으로 학습자는 상상력으로 가는 기본 활동을 체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석고'라는 물질을 바탕으로 한 수업에서는 추상적인 조형작품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기존의 구체적인 '틀'로 찍어내어 표현하는 수업을 지양하고, 석고 자체를 탐구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 두 가지 수업 결과, 물질을 통한 상상 수업에서 아이들은 상징의 요소를 넣으며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 구현은 어떤 특정 사물의 재현적형태가 아니라 추상적 이미지의 표현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Ⅴ장에서 수업에 대한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의 토론으로 이번 연구 수업 과정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족한 부분을 살펴보았다.
이번 수업과정과 연구를 통해 학습자들은 상반되는 카테고리를 다루면서 통합적 사고의 능력이 향상될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연구는 통합교육의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미술이 중심이 되는 통합교육으로 학습자의 민감성과 독창성을 깨움으로써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상상과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법을 체득함으로써 학습자 자신의 내면을 알고 적절히 표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기존 작품을 감상하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번 수업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물질로 접근하는 방식은 학습자들에게 수업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었으며, 수업의 결과보단 작업 과정의 중시로 수업의 결과물이 인위적이지 않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아직 이 연구는 많은 한계점과 제한을 드러내었다. 물과 석고라는 물질만 다루어 바슐라르의 연구를 입증하기에 종류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으며, 학습자 개인과의 대화와 생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교사 한명 당 학생인원에 제한을 받는다.
다원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표면적인 다양함이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상상력 교육으로 학습자의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면 기존의 사회적으로 규정된 의미들을 주체적이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