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Erwin Piscator의 정치극의 나타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당시 독일을 지배하고 있었던 표현주의 속에서 어떻게 정치극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현대 무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정치극 무대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 특징을 살펴보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1917년에서 1930년까지 일어난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연출가 Erwin Piscator(피스카토르)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러시아 혁명을 겪으면서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바이마르 공화국 기간 동안 그는 정치문제를 직접 다루는 이른바 정치극이라는 연극을 탄생, 발전 시켰다.
표현주의는 20세기 초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독일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피스카토르의 정치극 또한 표현주의 안에서 탄생하였다고 하겠다. 이 운동은 회화에서 먼저 사용되어진 개념으로 인상주의와는 반대되는 새로운 회화양식을 일컫기 위해 생겨났다. 객관적 현실보다는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감정을 표출하고자 했던 표현주의는 회화 만에 국한되지 않고 한 시대 전체의 핵심적인 개념이 되었으며, 기성세대와 기존의 세계에 대해서 반항하며 변화와 변신을 통한 새로운 인간의 탄생과 인류의 혁명을 지향했다. 그들은 정신적인 혁명이 모든 변화의 출발이라고 믿었으며 인간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변신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표현주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상만을 추구하고 있었는데 피스카토르는 이에 반대하고 실질적으로 혁명이 되길 원하고 그를 위해 정치극을 만들어 대중을 선동하고자 했다. 그는 관객과 무대의 구분을 철폐하고 현재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맞추기 위해 극작대신 이미 쓰여진 희곡이나 소설을 각색했으며 배우와 무대 역시 철저히 혁명 선동을 위해 도구화 하였다. 그의 무대 위에는 슬라이드의 사용, 영화, 컨베이어, 거대한 구조물 셋트 등이 등장하였고, 레뷰나 몽타주 같은 기법이 사용되었다.
피스카토르가 이러한 무대미술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아방가르드에서 추구한 연극과 사회, 과학 기술과 예술의 일치에 대한 가능성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1차 세계대전 전후 러시아에서 일어난 전위적 추상미술운동이다. 당시 러시아의 젊은 미술가들이 서유럽에서 들어온 인상주의와 야수파, 입체주의, 이탈리아의 미래주의와 같은 최신 경향들을 러시아 고유 민속 예술을 가미한 신원시주의, 광선주의, 절대주의, 구성주의, 생산주의로 만들어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무대에서는 기술과 사회적 요구에 예술을 연결시켜 사회주의 환경 전체를 다시 건설하고자 했다. 그들 역시 극장 공간을 일원화하고 기하학적 표현을 사용했으며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피스카토르가 이런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무대를 답습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혁명이라는 같은 배경을 가지고 같은 영향 아래 있으면서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었을 뿐 사용하는 용도나 목적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