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서울 뚝섬의 최초 통수와 함께 100년을 함께 해 온 정수장은 각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이다. 또한 정수장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재생 방안으로 선택되고 있는 산업유산의 한 유형으로서,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재활용 사례들이 등장하여 주목 받고 있는 산업시설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150여개의 폐정수장이 양산되는 동안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유산으로서 폐정수장의 가치를 조명하여 지역재생을 위한 재활용 방안을 제시하고자 본 연구가 시작되었다.
먼저 폐정수장 시설의 증가 이유와 앞으로 정수장은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대하고자 한국 상수도의 역사와 정수장 시설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전 지역 급수를 목적으로 했던 초기 상수도는 일본인이나 일부 한국인들에게만 제공되는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파괴된 외국의 지원을 받아 시설들을 복구하고 전국적으로 급수 지역을 확충하며 상수도 시설 확장기에 들어섰다. 1980년대에는 광역상수도가 공급되며 상수도 시설 관리가 이원화되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정수장들이 대거 운영 정지되었으며 시설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방치되거나 폐쇄되는 곳이 늘어났다.
문화재로서 보존 대상으로 지정된 정수장은 역사요소·구조요소·디자인요소 등의 기준으로 분석 가능하였다. 근대에 건립된 정수장이 가지는 역사성과 고유의 지역성, 산업시설 특유의 구조·디자인 요소 등을 통해 보존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재활용된 폐정수장들은 침전지·여과지·정수지의 격자형 수직 지하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고 이는 정수장의 경관 요소로 작용함과 동시에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외부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어서 전국 폐정수장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립년도·폐쇄년도·시설용량·입지유형에 따라 특성을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1960년대 이전에 설립된 정수장은 보존 대상으로서 가치 있는 시설이 많고 그 이후에 설립된 정수장은 재료의 내구성이 양호할 것으로 판단되어 재활용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1980년대 광역상수도 급수로 대거 폐쇄된 정수장들은 시설이 노후화되지 않은 건물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재활용 대상으로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시설용량은 정수장의 규모와 관련이 커서 시설용량이 클수록 넓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넷째, 정수장의 입지 유형에 따라 공원·공공기관·자연 경관 등 재활용의 목적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이에 따라 도심지역, 도심근교지역, 자연녹지지역으로 입지유형을 분류한 뒤, 노후도와 시설용량에 따라 폐정수장을 유형화하여 그에 따른 보존·재활용 방안을 제안하였다. 도심지역에 위치한 정수장은 부족한 녹지를 채워줄 수 있는 공원으로 재활용하거나 복합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심근교지역에 위치한 정수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공건물이나 지역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시설로 재활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연녹지지역에 위치한 정수장은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자연체험현장으로 조성 가능하다.
모든 정수장은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에 따른 재생 계획은 각각 다르게 실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나은 도시 환경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