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형태의 긴장감은 사회 속에서 균형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도시는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가로수와 공원을 조성(造成)한다. 도시안의 구성원에게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식사 시간을 쪼개어 건물 숲 사이의 공원을 걷게 하는 것 또한 사회가 만들어낸 균형 잡힌 삶인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도시의 구성원들은 그 쪼개어진 시간조차 의심 없이 균형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무용수(논문 모든 부분에 '배우'라고 지칭되고 있다.)는 그런 면에서 스스로 긴장하는 건물이자, 가로수이며, 위험한 놀이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화된 사회 속에 개인이라고 불리는 구성원들은 매 순간 마다 긴장 속에 놓인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태어나서 현재까지 반복적으로 긴장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도 긴장의 양상이 늘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긴장이라는 것이 삶에서 잠시 비켜난 것이 된다면 삶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완벽한 긴장의 울타리 속에서 작은 균열을 찾으며, 어긋남이 주는 자유로움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신체의 움직임으로 작업은 시작되었다.
〈긴장과 균형 2010시리즈〉 는 7개의 이야기로 균형 하는 삶이 얼마나 긴장감을 가지고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시리즈는 나의 몽상(夢想)으로 만들어진 구조물과 사회의 축소판을 가장 단순화시킨 가상의 공간 -3d로 만들어진 좌표평면 공간- 안에서 인간의 여러 감정인 긴장, 불안, 욕망, 증오, 고통, 슬픔, 그리고 이라한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흔들림을 포함하는 균형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서사(narrative)를 배제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서사적 구조 내에서 수단적이고 조형적인 요소로 배우의 움직임을 실험하는 것이 아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반응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1차적인 과정이다.
〈협화음 불협화음 2012시리즈〉에서는 소설《숨비소리》를 토대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애초에 서사를 상정(上程)하지 않았던 작업태도에서 구체적인 서사를 가진 소설작품과 연계하여 작업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소설《숨비소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주제인 '여자의 고된 삶', '엄마와 딸의 소통의 창구(窓口)'를 위해 가장 근접한 구조물을 3d로 제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의 구조물을 작품 안에 등장시킴으로써 소설의 내용에서 느꼈던 엄마와 딸과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배우의 '몸짓'에서 배우의 '얼굴'로 카메라가 이동 되어 배우의 '표정'에 주목하는 작업이 포함 되어있다는 점이다. 서사구조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공간과 구조물이 없어지므로 인해 배우에게 주목하고 그 과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는 표정의 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은 무의식적 몸짓-매달리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에서 발현 되는 배우의 신체의 반응이 주제이다. 배우는 5~6M 높이에 묶인 긴 천에 몸을 지탱한 채 매달리기를 하는 행위 하나만 진행하며, 매달려 있는 과정-거꾸로 매달리거나 5~6m 높이에서 급 하강 하여 바닥으로 추락하기 직전 멈춰 매달려있는 동작을 취한-에서 배우 스스로 시나리오나 콘티를 만들 수 없는 상황 안에서 새로운 시도(試圖)를 하게 된다.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방향의 상황을 통해 배우는 자신의 동작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극한 긴장과 그로 인한 가장 자유로운 몸짓을 시도하고 있다.
이 논문은 예측하기 어려운 '어긋남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로움'에 대한 나의 작업에 대한 과정과, 그 과정 중에 보여 지는 여러 양상을 실험하고 분석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