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자의 〈Crude oil〉시리즈는 정액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품 안에서 이 소재가 의미하는 것은 다의적이다.
정액은 남성의 신체 분비물 중 성적 쾌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액체이다. 하지만 그러한 배출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결과는 목적성에 따라서 생명을 만들어 낼 수도, 혹은 성적 욕구의 해소라는 행위에 의한 또 다른 결과로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의미적 충돌을 발생시키는 요건으로서 정액에 'Crude oil'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이 이름은 산업원료로서 아직 경유, 등유, 중유 등의 형태로 정제되기 이전의 원유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전의 상태라는 의미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발생하게 한다. 가능성이란 이것이 땅속의 검은 액체로 자연적인 구성요소로서의 기능이외에 산업원료라는 효용가치에 관계없이 결론지어 질 수도, 혹은 거대산업의 에너지로서 발현될 수도 있는 간극 사이의 사유 공간을 만들어 낸다. 관람자에게 사유의 공간은 작품의 다의적인 표현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다의적 표현을 통해서 발생 할 수 있는 관람자의 해석을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알레고리적 읽기로서 설명한다. 알레고리적 읽기란 작가에 의한 작품과의 일대 일의 관계에서 작품의 의미가 해석되는 것이 아닌 작품과 작품의 배경적인 요인들과 함께 관람자의 내적 경험이 개입되는 것으로서 이루어진다. 관람자의 의미해석으로서의 개입은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배경이 되는 것으로, 본 논문은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 질 수 있는 상호작용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탐구하는데, 그 중에서 극명하게 이를 드러내는 미디어아트는 심층적인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사례가 된다. 미디어 아트에서 그 세부적인 유형에 속하는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들은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작품의 가장 중심적인 구성 조건으로 다룬다.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기술적인 작동방식들을 통해 관람자들의 참여를 능동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의한 효과들은 작품의 총체적인 결과로서 드러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Crude oil〉시리즈의 종합적인 결과로서 드러나는, 내용의 근간을 구성하는 다의적인 표현요소와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드러나는 관람자 참여에 의한 상호작용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서 현대미술의 다의적 표현에 의한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