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열도를 사로잡으며 시작된 한류열풍은 그로부터 약 10년 동안 계속되었다. 한류열풍은 우리에게 상당한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이것이 단순히 문화적 우월감으로 귀착될 일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드라마를 통한 한류열풍은 일본 미디어들이 한국 콘텐츠를 자국의 콘텐츠로 활용해보고자 하는 영민한 계산 하에서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한류가 성공했던 배경을 살펴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류를 연구함에 있어 한국방송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일본방송의 연구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접근조차 어려운 일본 방송사의 내부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일본의 미디어 정황 및 드라마 산업의 구조를 바탕으로 일본 한류드라마 열풍의 현 단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하여 한류드라마를 수입하는 주체인 일본 방송사 내 한류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미디어 정황을 살펴보았고, 일본의 전통적 한국관과 한류에 대한 다양한 기존 입장들을 분석의 틀로 활용하여 일본의 한류현상에 접근해보았다.
먼저 일본 한류전문가들을 통해 살펴본 일본 내 한류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경제적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 일본의 감수성을 탑재하여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 드라마를 포함한 한국방송이 일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한류드라마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류드라마는 부가가치 창출 수단이다. 둘째, 한류드라마는 일본 드라마 틈새시장을 메우는 산물이다.
일본 한류전문가들의 인식을 살펴본 결과 첫째, 이들은 한류드라마의 교류를 세계화의 한 경향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두드러졌다. 둘째, 이들의 한류인식은 문화민족주의적 입장을 포함한다. 특히 이들의 문화민족주의적 입장은 일본의 우위성을 확인시키고 문화적 우월성으로 연결되어 결국 배타성을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의 입장은 경쟁과 축적, 최대 이윤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한류드라마는 부가가치의 창출 수단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한류를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경제적 효과와 국가주의적인 수익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류드라마의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향의 노력이 필요한데, 첫째는 K-pop위주의 한류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시키며, 이와 함께 한류드라마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공동제작 등을 통해 한·일 양국은 공동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양국이 관심을 갖고 한류를 '문화교류'의 차원에서 이해하자는 것이다. 일본 내 한류전문가들의 이러한 제언을 통해 우리는 무엇보다 한류드라마, 나아가 한류의 불씨 유지와 확산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이해활동을 전제로 한 양국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류드라마는 일본의 국가적, 문화적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세계 대중문화의 흐름을 리드하던 일본의 문화적 우월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된다. 일본 한류전문가들은 한류를 문화 교류나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자고 말하면서도 한류드라마대비 일본의 우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우위성', '우월성'과 같은 배타주의적 감정코드로 어떻게 동반자적 관계로서의 '문화교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본이 갖고 있는 절대적 우위성은 너무도 넓은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 연구는 접근조차 어려운 일본 방송사의 내부 특성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한류드라마가 지속적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현재 한류드라마에 대한 그들의 냉철한 평가는 현재의 한류현상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성찰을 통해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된다. 또한 한류드라마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드라마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한류전문가들의 입장들이 일본 사회가 한류에 갖고 있는 전체적인 사회적 담론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한류전문가들의 인식은 일본 내 한류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앞으로 일본 내 한류전문가들의 인식과 관련된 담론들은 고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