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한 보도 활동을 뜻하는 패션 저널리즘은 전통적 저널리즘과 달리 소비가 전제됨으로써 상업적인 보도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저널리즘 공적 기능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연구는 미흡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측면에서 여러 매체들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공적 책임을 중시하는 신문 매체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패션저널리즘의 현황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저널리즘과 패션 저널리즘의 기능, 각 매체별 패션 저널리즘의 특징 을 문헌 고찰한 뒤, 신문의 패션 저널리즘 특성과 신문 패션 저널리즘의 기능 수행 현황, 그리고 신문 패션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을 분석했다.
연구 방법으로는 신문사 패션 기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이는 현황 파악에 있어 사소하거나 예외적인 특성까지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대상자로는 시장 점유율이 1-3위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그 외 신문사 중 기자의 담당 기간이 2년 이상인 국민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을 택했다. 이후 준비된 질문지를 갖고 1시간 30분가량의 일대일 면접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신문 패션 저널리즘의 특성은 다음 네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정치, 경제, 사회 등 전통적 저널리즘 분야에 비해 뉴스 가치가 저평가 됐으며 둘째, 기자 개인이 뉴스를 택하는 게이트 키핑의 단순화가 이뤄졌다. 셋째, 신문사의 전통적 취재 방식인 팩트 추구형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고, 넷째, 패션 전담 지면이 편집국과 광고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특성을 보였다.
신문 패션 저널리즘의 기능 수행 현황에 대해서는 정보 제공, 논평과 비평, 자국 산업 육성 및 복식 전수, 오락 제공이라는 패션 저널리즘의 네 가지 기능에 맞춰 분석했다. 첫째, 정보 제공 기능에 있어서는 보도 자료나 취재원과의 친밀도가 뉴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위한 광고성 기사를 쓰는 일은 늘어나고 있었다. 둘째, 논평과 비평 기능에 있어서는 그것이 신문의 중요한 역할임을 인지하면서도 기자 개인의 전문성 부족과 편집국 안팎의 비평 문화 부재로 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셋째, 자국 산업 육성과 복식 전수 기능에 있어서는 국내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육성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느끼면서도 국내 업계로부터의 뉴스 거리가 적다는 이유로 보도에는 소극적이었다. 넷째, 오락 제공 기능에 있어서는 주 역할을 하는 화보 촬영에 있어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신문 패션 저널리즘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은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대중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중요성을 느끼면서도 신문사의 조직원으로서 성장하기에는 한계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각 연구문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뉴스 가치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인 옷차림, 공정 무역 등 공적 이슈와 연결된 패션 기사의 발굴을 제안했고, 비평과 논평의 부재에 대해서는 기자 스스로 뉴스를 발굴하는 기획형, 탐사형 기사를 작성할 것, 학계와 전문가가 나서 패션 비평의 틀을 제시해 줄 것, 산업과 소비자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할 것 등을 제안했다. 셋째, 패션 기자의 낮은 위상 문제에 대해서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어 신문사도 패션 전문기자들을 육성할 것을 주장했다.
국내에서의 패션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패션의 문화적 중요성을 대중에 인식시키고, 국내 패션 산업 육성에 일조하는 패션 저널리즘의 역할 논의는 본 연구를 토대로 삼아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