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발전과 도시화 그리고 핵가족화로 인한 소외 등 현대사회의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애완동물의 증가와 함께 비례하여 유기동물도 증가하였으며 이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유기동물을 안락사라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2012년 99,254마리의 유기동물 중 방사한 고양이를 제외하였을 때 10일 만에 56%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안락사와 자연사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본고는 우리가 유기동물을 이렇게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죽이는 것이 윤리적으로 합당한 것인지 고찰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본고는 동물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살펴본다. 아리스트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철학자는 이성을 기준으로 동물은 인간을 위한 존재일 뿐이라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화인버그는 ‘이익관심’을 갖기 때문에, 또 싱어는 ‘고통을 느낄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레건은 ‘삶의 주체’이기 때문에 동물들도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들 또한 기본적으로 인간의 특징들을 기준으로 삼은 것들이기 때문에 인간중심적 생명관이다.
오늘날 생명의 위기는 인간중심적인 생명관에 기인한 측면이 적지않다. 그렇기에 오늘날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중심적인 생명관을 극복하고 생명중심적인 생명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명중심적인 생명관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동물은 신의 피조물로서 인간과 더불어 거주하며 인간의 윤리, 책임, 의무의 범위 안에 있는 존재라며 동물의 범위를 넘어 모든 생명을 범하지 말자는 간디의 ‘아힘사’사상이다. 두번째는 타인들을 포함하여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살아있는 모든 현존재와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동정심 윤리이다. 세번째는 이 세상 만물은 독자적으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수한 존재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는 깨우침을 주는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이다. 그리고 네번째는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이야기한 폴 테일러의 사상이다.
안락사는 한 생명의 이익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실시되고 있는 안락사는 유기동물을 위한 것도 아니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게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개체수 조절을 위해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유기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안락사라고 부르기에는 합당하지 않으며 살처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달항 것이다. 또 이러한 정책은 매우 반생명적인 정책이다.
이러한 유기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안락사는 많은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국의 많은 동물보호단체는 개체수 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지양하고 있다. 외국의 동물 보호단체는 유기동물의 안락사와 관련하여 의료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공격적인 문제행동을 가지고 있는 개와 같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이 최대한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입양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동물보호단체를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유기동물을 입양시킴으로써 안락사가 아닌 방식으로 유기동물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기동물과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는 기관에서는 현행과 같이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하나는 현재 유기동물보호소 문제점의 개선책 마련과 다른 하나는 유기동물이 양산되는 시스템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재 동물보호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두당 정산하는 위탁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또 시민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보호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국가에서 재정을 지원하여 위생적이고 표준화된 동물보호소를 운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유기동물 보호소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운영하여야 하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활발한 입양활동을 펼침으로써 유기동물 보호소가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터를 찾기까지 보호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고민해볼 것은 현재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하여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크는 것은 근본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기동물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물등록제의 강화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번식장 통제를 바탕으로 하여 동물분양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며, 각 개인의 무분별한 애완동물 번식을 줄이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확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또 보호자의 동물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교육과 의료인의 동물에 대한 인식의 개선방안 등도 모색되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