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상재해와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경제적 손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사망 원인이나 취약집단의 규명 등 인명피해 분석에 대해서는 미흡하였다. 기상재해로 인한 구체적인 사망원인에 대한 정보는 취약인구 집단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피해예방대책을 수립하거나 시민들의 행동요령 등을 만드는데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규모 및 특성의 장기적인 변화추세를 파악하는 것도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적응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이다.
동일한 기상재해라도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그 피해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별로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률에 차이가 나는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 없이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특성과 지역별 사망률 차이에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는 연구는 향후 지역 특성을 고려한 피해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여 사망자의 특성과 지역별 사망률 차이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 결과 1990년에서 2008년까지 발생하였던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2,045명이었다.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966명(47.2%)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태풍 748명(36.6%), 폭풍 316명(15.5%)의 순이었다. 사망원인은 익사가 1,234명(60.3%)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산사태 403명(19.7%), 건물붕괴 206명 (10.1%)의 순서였다. 익사 중에서는 하천범람·급류에 의한 익사가 743명(60.1%)으로 가장 많았고, 배의 침몰에 의한 익사 368명(29.8%), 바다의 파도에 의한 익사 60명(4.9%)의 순이었다. 성별 연평균 사망률은 남자가 인구 100만명당 3.11명으로 여자의 1.63명에 비해 1.9배 높았고, 연령별로는 노령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 연평균 사망률은 지방(중소도시와 농어촌) 해안지역이 인구 100만명당 6.19명으로 가장 높았고, 지방의 내륙지역은 3.23명, 광역도시의 해안 지역이 0.94명, 광역도시의 내륙 지역은 0.55명이었다. 10년 단위의 연평균 사망자수의 변화는 홍수가 80.2명에서 20.5명으로 1/4로 감소한 반면, 태풍은 31.1명에서 54.4명으로 1.7배 증가하였다. 이것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기상재해가 홍수에서 태풍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부터 2010년 동안 발생하였던 기상재해로 인한 지역별 사망률 차이에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단위를 시군구로 하여 종속변수는 시군구의 인구 100만명당 연평균사망률, 독립변수는 각 시군구의 인구학적 요인, 기상학적 요인, 지리학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의 4가지 항목으로 다중선형회귀분석을 시행하였다. 월최대 강수량과 최대풍속이 14m/s 이상인 날의 횟수가 많을수록, 지역 평균고도가 높을수록, 인구 천명당 공원 면적 증가율이 높을수록, 상수 및 하수도 보급률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광역도시와 지방으로 구분 하여 분석한 결과는 광역 도시 내에서는 해안선 길이가 길수록, 논경지 면적이 적을수록, 논경지 면적 감소율이 높을수록, 상수 및 하수도 보급률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방 내에서는 월최대 강수량이 많을수록, 일 강수량이 80mm 이상인 날과 최대풍속이 14m/s 이상인 날의 횟수가 많을수록, 인구 천명당 공원 면적 증가율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재해 유형별로 홍수와 태풍에 의한 사망 각각에 대해서도 분석한 결과 홍수에 의한 사망률은 고령인구비율이 높을수록, 월최대 강수량이 많을수록, 산림면적이 많은 지역일수록 높았다. 태풍에 의한 사망률은 최대풍속이 14m/s 이상인 날의 횟수가 많을수록, 상수 및 하수도 보급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높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자 예방 및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피해예방대책을 수립하는데 보건학적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기상재해로 인한 적응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재해역학모니터링 체계구축과 지역별 사망률 차이에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확대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