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潭 淳浩(1902~1971) 禪師는 근현대 한국불교의 큰 산과 같은 수행자다. 1954년부터 시작된 불교정화운동의 주역으로 한국 종교계와 불교계의 발전에 기여했다. 수행을 바탕으로 한 정통불교의 중흥과 안착에 앞장섰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마음' 사상이다. '마음'에 대한 法門과 講演을 통해 중생을 깨우치는데 진력 하였다.
청담에게 있어 '마음'은 궁극적 실재이며 상징어였다. 청담은 우리가 할 일은 오직 자기 '마음'을 깨치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마음'을 깨쳤을 때가 곧 부처이다. 우리 중생이 할 일은 이 '마음'을 깨달아서 바른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다. 청담은 이와 같은 법문을 통해 주체적인 자아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청담의 핵심사상이 '마음'이라 한다면, 그는 왜 평생 '마음사상'의 전파에 일생의 목표를 두었을까? 그것은 인간 자신의 근본을 자각하고 인간본래 진면목의 뿌리를 마음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無常, 苦, 無我, 緣起 등의 불교사상도 '마음'이 근본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것은 그의 '마음' 사상이 자아를 대립·수동·객관·기능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부정하고, 통합적이고 능동적이며 자율적인 속성으로 파악하며, 그러한 '마음'을 통해 인식의 대전환을 획책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마음'이 萬物을 움직이는 주체임과 동시에 우주를 지배하는 무한한 힘이요 자연에 순응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본고는 청담이 지니는 '마음' 사상의 특징과 그 사상이 근현대 한국불교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중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해방 이후 전개된 정화운동과 '마음' 사상은 어떠한 상관성을 지니는지에 주목한다. 따라서 이들을 보다 분명하고 세밀하게 고찰하기 위해 전단계의 작업으로 청담이 주장한 '마음' 사상의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청담이 주장한 '마음' 사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위해, 그의 탄생과 수행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것은 주로 2장에서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져 있기 때문에 상세한 기술은 생략했다. 본 연구논문의 주제인 '마음' 사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만큼 소개하는 것으로 그친다.
또한 청담이 주장한 '마음' 사상은 어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까? 물론 동북아의 불교전통에서 본다면 다양한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저서나 설법을 통해 인용된 경론 내지 해설서를 통해 그 연원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선종의 비조인 보리달마의 안심론, 신라 원효의 일심사상, 중국남종선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혜능의 자성청정심, 남종선 을 중국에 안착시키고 홍포한 마조의 '마음' 사상, 그리고 청담의 스승인 만공선사의 심법사상 등이 청담의 사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은 주로 이 논문의 III장에 집약되어 있다.
청담은 대승불교의 중요한 思想書인 대승경전 『般若經』·『法華經』·『圓覺經』·『華嚴經』등의 경전의 내용도 '마음'을 설명한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八萬大藏經 전부가 '마음' 두 글자에 대한 설명이며 해석이라고 본다. 결국 '마음'이란 모든 경전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불교수행의 목표인 菩提, 涅槃, 中道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본 것이다.
또한 慧能의 '自性은 淸淨하고 그것은 本來具足된 佛性'이라는頓悟見性法을 수용한다. 여기서 실천 사항으로 無念·無相·無住를 설하고 있으며, 善惡에 이끌리지 말고 자기마음의 반성을 통하여 항상 평등하게 하라고 설한다.
청담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道를 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마조의 平常心이란 개념에서 인출한다. 馬祖의 '平常心是道' 사상이나 '卽心是佛' 사상은 후대를 거치면서 馬祖의 사상에 근거한 '平常心'이나 '卽心是佛'의 선사상은 단순히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언어가 아니다. 현재의 삶을 중시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실천이요, 수행의 전개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 청담의 心性論은 이러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게 된다. 또한 元曉의 '一心'사상과 청담의 '마음'사상을 비교해 보면 元曉가 말하는 '一心'과 그의 '마음'은 의미가 상통함을 알 수 있다.
'一心'과 '마음'은 서로 표현이 다를 뿐 心性과 佛性이며, 一切는 오직 마음이 만들 뿐이라는 唯心사상과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一心은 衆生과 부처의 本性이기 때문에, 佛心과 菩薩心과 眞如心의 근본이다. 나아가 眞諦와 俗諦의 本性이 되기 때문에 法性과 眞如性과 空性과 中道性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一心은 깨달음의 대상이며 중생과 보살 그리고 부처의 귀의처가 된다.
한편 滿空은 자기 性品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性品을 바로 보라는 것은 나의 실재하는 존재성을 알라는 것이요, 나의 마음을 바로 보라는 것이요, 본래부터 부처라는 心法을 깨우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래 갖추고 있는 佛性을 찾는 것임을 가르치면서, 또한 우리의 불완전한 認識 즉 業때문임을 설하고 있다. 이는 萬物의 實相을 區分 짓고 분별하기 때문에 佛性을 보지 못하여 본래의 나, 부처를 찾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담은 '마음' 을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 파악했다. 실재하는 모든 것의 주체를 '마음' 으로 본 것은 매우 불교적이지만, 동시에 주체적이다. 몸이 물질적 緣起작용의 현상이라면 '마음' 은 정신적 연기 작용의 현상이라 보았다. 그래서 無常하고 無我며 空하다. '마음' 은 영원하여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니다. 조건이 되면 일어났다가 조건이 없으면 사라진다. 신비한 것도 아니고 全知全能한 것도 아니고 自由自在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작용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방향도 없고 안팎도 없이 연기한다. '마음' 은 느끼고 생각하고 아는 인식작용과, 붙잡고 바꾸고 없애고 깨닫는 반응 작용에 의해 끝없이 반복한다. 만일 '마음' 이 고정불변하거나 영원한 '마음' 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큰 執着이요 삿된 견해이다. 집착과 삿된 견해가 남아있는 한 깨달음도 解脫도 涅藥도 결코 실현하지 못한다. 따라서 '마음' 사상을 통해 불교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간주하는 智詩人, 慈悲人, 自主人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청담이 주장하는 '마음' 사상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여 그 정체성을 규명하고 있는 것이 IV장이다.
즉 청담은 '마음' 속에 내제되어 있는 佛性을 찾는 것이 一切의 망령된 分別을 떠난 청정한 세계의 心法을 찾는 것이고, 동시에 一切萬有의 如如한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한다. 전생부터 익혀온 習氣를 제거하고 差別心과 分別妄想을 벗어나야 깨달음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삶을 잘 살아가는 길은,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화 하는 것이다.
깊이 내면화 한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매 순간 순간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명료하게 깨어 있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時間의 힘을 알고 믿는 것이다. 결국 '마음' 을 바로 성찰하라는 것은 나의 현재의식을 통찰하는 것이요, 모든 존재는 본래부터 부처라는 사실을 깨우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갖추고 있는 佛性을 찾는 길을 가르치면서, 각자의 불완전한 認識, 즉 業 때문이라 설한다.
해방 이후 한국불교의 혼란은 정화라는 단어로 대변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청담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청담의 발자취는 근현대 한국불교의 歷史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불교의 이상·고민·비극·위대성을 바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청담의 정화운동은 '스스로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로 돌아가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자' 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 利他行의 실천을 통해 불국정토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근저에는 '마음' 사상과 '마음' 철학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무장에서 다루고 있으며, 본 연구논문의 핵심이다.
정화불사와 '마음' 사상이라는 타이틀의 V장에 의하면 청담의 정화운동은 포괄적인 뜻을 갖고 있다. 또한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인간성 회복, 도덕성 회복을 통한 사회정화도 의도한다. 이러한 사상적 바탕위에 수행과 청정성을 중시하는 불교의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담에게 한국불교의 淨化는 현대불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佛事였다. 조선 5백년의 抑佛狀況 속에서도 서릿발 같은 淸淨僧述의 전통이 日帝와 일본불교의 강요와 영향 아래 왜색불교로 변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청담은 왜색불교로 훼손된 戒律을 복원하고 전통 한국불교와 수행정신의 정립을 통해 청정승가의 위상과 불교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회복운동이 필요했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또한 불교정화운동은 청담에게 W睦道를 실천하는 단계이기도 했다. 출가와 수행을 통해 체득한 것 역시 衆生救濟의 보살정신이었다. 불교의 근본사상에 철저하자는 것이 佛敎淨化로 나타난 것이다.
청담의 마음의 외적 淨化불사는 敎團淨化로 淸淨僧述를 확립하는 佛事 였고, 마음의 내적 淨化불사는 般苦를 실현하는 見性의 佛事였다. 청담은 자신을 깨닫는 '마음' 찾는 공부로서 生死解脫의 대자유인이 되는,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자기 '마음' 을 깨치는 일이라 강조한다. 궁극적인 것은 '마음' 을 깨달아서 많은 중생을 바로 이끌어 주자는 것이며, 우주를 다 내 마음대로 하자는 것이다. 청담은 이와 같은 '마음' 법문을 통해 주체적인 자아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청담은 항상 '마음' 을 깨닫고 '見性'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결국 그가 강조하는 '마음' 공부는 존재의 '마음' 을 깨닫는 공부를 해야 가능하다고본다.그러면서 可음법문' '마음닦는수행법' '마음자리 찾기'등 그만이 지니는 독특한 체취를 만들게 된다.
이른바 새로운 개념의 '마음' 사상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청담은'마음'의 본 성품을 똑똑히 觀照하여, '마음' 은 만법의 주체' 라는 것을 깨달아서 즉 모든 법은 모두가 '마음' 의 법이요, 온갖 이름은 모두가 '마음' 의 이름이다. 만법은 모두가 '마음' 에서 생겼고 '마음' 은 만법의 근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청담이 말하는 '마음' 은 포괄자이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주체성이다. 주체성과 청정성은 동일한 개념의 다른 표현이지만 이러한 개념을 통해 개인과 사회, 국가와 민족의 올바른 방향을 수립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