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가정갈등은 직장의 일이 가정의 일을 방해하는 직장-가정갈등과 가정의 일이 직장의 일을 방해하는 가정-직장갈등으로 구분된다(Gutek, Searle, & Klepa, 1991). 그런데 가정-직장갈등은 직장 영역에서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그 동안 직장/가정갈등 관련 연구들은 주로 직장-가정갈등에 집중하였고, 가정-직장갈등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가정-직장갈등의 결과변인으로 기존의 연구들은 구성원의 인식과 태도에 초점을 맞추어 왔고, 조직의 성과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성원의 행동을 살펴 본 경우는 매우 드물며, 더욱이 미래 시점의 구성원 행동과 관계된 변수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가사분담 양태의 변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남성들도 가정에서 더 많은 역할을 책임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들 역시 가정-직장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벌이 남성 근로자를 포함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은 가정-직장갈등이 직장 영역에서 구성원의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하고 실행함으로써 인적자원의 성과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정-직장갈등이 결과변인들에 미치는 영향 관계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요인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한 연구들은 대부분 가정-직장갈등의 선행요인으로서 상사지원이나 가정친화제도를 제한적으로 살펴보거나, 다양한 개인 차원의 변수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함으로써 기업들에게 가정-직장갈등과 결과변인 간의 관계에서 개인 및 조직 차원의 조절요인들을 반영한 종합적인 통찰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과 연구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가정에서의 역할과 직장에서의 역할을 양립시켜야 하는 맞벌이 남녀 근로자를 대상으로 가정-직장갈등이 그들의 행동과 승진가능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고, 가정-직장갈등과 결과변인들 간의 관계에서 그 영향을 완충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조절변수들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조직 내 기혼 여성근로자 및 기혼 남성근로자 중 맞벌이 근로자와 해당 근로자에 대한 업무분장 및 인사고과 권한을 가진 상사(팀장)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총 21개 기업에 소속된 100개 팀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총 391부(쌍)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 가정-직장갈등은 구성원의 역할내 행동, 역할외 행동, 승진가능성에 모두 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직장갈등과 역할내 행동 간의 관계에서 남녀 집단을 구분해서 살펴 본 성역할지향성의 조절효과의 경우, 남성과 여성 집단에서 성역할지향성이 각기 다른 조절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을 구분하지 않고 수행한 조절효과 분석에서는 상사지원이 가정-직장갈등과 역할내 행동, 가정-직장갈등과 승진가능성 간의 관계에 있어 각각 조절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직장갈등과 구성원 행동 및 승진가능성 간의 관계에서 경력열망과 가정친화제도 시행정도의 조절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생각해 볼 때, 가정-직장갈등은 기혼 여성근로자뿐만 아니라 기혼 남성근로자의 행동 및 승진가능성에도 부(-)의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는 해당 구성원들의 가정-직장갈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해결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사지원이 가정-직장갈등과 역할내 행동 및 승진가능성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는 본 연구 결과는 기업 내에서 구성원의 가정-직장갈등을 완충할 수 있는 상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에 대해 논의하고, 추후 연구방향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