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정치의 주요 관심은 '중국의 부상'과 그로 인한 G2체제의 등장과 그 전망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주었고, 이후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국제정치에서 주요 행위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기인한 국제정치의 변화, 이른바 G2로 표현되는 미중관계의 논의는 최근 국제정치의 주요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부상을 바탕으로 군현대화 및 군사력 강화를 통해 지역 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며,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그간 미국이 구축 해왔던 지역 질서에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중국과 상호협력을 증대하면서도 지역 안보문제에 있어 경쟁과 견제를 실시하는 이중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미중관계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태로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G2라는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아직은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G2체제가 어떤 성격과 수준의 체제인지 혹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체제로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중관계가 어떤 이론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어떠한 변수가 결정적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존재해왔다. 미중관계가 패권적 세력전이의 관계인지, 패권 세력전이까지는 미치지 않은 강대국 간의 경쟁관계인지, 혹은 상호 간에 조정과 관여가 가능한 강대국 간 협력관계인지에 따라 미중 상호전략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진단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G2라는 용어는 어떤 추세를 제시할 뿐 객관적 상황을 정확하고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국의 부상이 국제사회에서 미중 간의 변화를 야기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중국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형성된 기존 미국 질서에 대한 도전을 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며 중국의 성장이 지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즉, 중국이 국력의 제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특히 군사력 측면에서 있어, 전 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어느 국가도 당분간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부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전망을 하는데 있어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지역에서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 내 핵심 이익 수호를 내세우는 중국과 동북아 지역에의 접근성 확보라는 미국의 이해 대립은 미중 간 충돌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경우 국제질서 유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전략적으로 동북아 지역에 힘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와 한반도에서의 미중 간의 격차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영향력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G2체제를 형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동북아 지역에서는 향후 미국과의 세력 경쟁을 통한 힘의 균형 또는 우위를 모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동북아에서 구체화되는 미중관계의 변화는 한국의 안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경제 교역 파트너이다. 또한 한국에게 가장 큰 안보문제인 북한문제의 해결은 미중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군사적으로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지만 경제적으로 중국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중관계의 변화는 한국의 미래 안보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미중 간의 경쟁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은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향후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정책적 제안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는 미·중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일부 극단적인 연구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한중관계를 병행 발전시켜야 한다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의 부상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중국이 대체할 수는 없으며, 한국에게 미국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동맹국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중국 역시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이 협력해야 하는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안보전략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병행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병행 발전시켜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안보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미·중 두 국가를 대상으로 무엇을 중점으로 추진해야 하는가?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G2체제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불확실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국가안보목표를 달성하는 중요한 수단인 국방외교를 미·중, G2 국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펼쳐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약소국이 아니며, 경제력과 국제사회에서의 격상된 위상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 중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역학구도가 완연히 달라질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주요 행위자로 성장하였다. 과거 미국에게 일방적 퍼주기식의 안보를 보장받는 국가가 아니며,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역시 일방적이지 않다. 한국과 미·중 두 국가와의 관계는 상호에게 이익이 되는 호혜적인 입장이다. 그것은 미중 두 국가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한국을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그리고 향후 전개될 미중 간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국가안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G2체제를 형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 지역에서의 G2체제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중국과는 군사적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대안에서 벗어나, 한국이 갖고 있는 중요행위자로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현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의 관계를 한국의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국방외교를 적극 활용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방외교의 4대 영역(동맹, 군축/군비통제, 방산/무기이전, 국제분쟁/해결 외교)을 바탕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할 국방외교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미중 간에 대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군사·안보적 문제에 있어서 양국이 협력해야 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한국은 양국의 군사적 대립관계를 다양한 국방외교의 채널을 통해 한국의 안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안보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국방외교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