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패션디자이너들은 작품을 통해 사상과 이념을 투영시키고, 때로는 미의 기준을 해체시키면서, 도착적이고 신경증적인 패션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세기말부터 급변한 문화적인 흐름에 따라, 억압과 통제의 틀이 파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사회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혐오스러운 것에 강박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삶의 금령들을 위반할 때 나오는 쾌감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언캐니'라고 하는데, 프로이트는『두려운 낯설음(The Uncanny)』(1919)을 통해 언캐니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개념을 미학으로 정의하면서, '억압된 것의 회귀'에 의해 발생되는 감정이라고 설명하였다.
본 연구는 언캐니의 개념이 투영되어 나타난 컨템퍼러리 아트의 시각적 표현방법을 통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패션에 나타난 언캐니 이미지의 표현방법을 규명하는 것에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언캐니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분석을 통해 개념형성요소와 구성요소를 파악한다. 둘째, 컨템퍼러리 아트에 나타난 언캐니의 시각적 표현방법을 도출한다. 셋째, 언캐니의 시각적 표현방법이 반영된 현대패션에 나타난 언캐니 이미지 유형을 범주화하고, 이미지의 표현방법을 분석한다.
첫째, 언캐니의 개념형성요소는 '억압된 것의 회귀'라는 언캐니의 정의에서 도출되는 '억압'과 '회귀'로 구성된다. 여기서 억압은 '무의식'과 '타자', '불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회귀는 '트라우마'와 '반복강박'로 구성되어있다.
둘째, 컨템퍼러리 아트에 나타난 언캐니의 시각적 표현방법에서 억압된 것의 대상은 기괴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파편화된 몸'은 신체절단에 의한 '해체'와 절단된 신체를 다른 곳에 위치하도록 하는 '결합' 그리고 신체적 손상을 의미하는 '훼손'으로 분석되었다. '죽음의 공포'는 죽음을 연상시키는 '해부학'과 죽은 자의 귀환을 의미하는 '죽음의 도상'으로 나타났다. '포스트휴먼'은 초현실적인 존재로 '유전자 변형', '사이보그'로 분석되었다.
셋째, 컨템퍼러리 아트에서의 언캐니 이미지 분석 틀을 근거로 현대패션에 반영된 언캐니에 관한 패션 이미지의 사례를 살펴보고 표현방법을 분석하였다. 즉, 언캐니의 시각적 표현방법에 따라 '파편화된 몸', '죽음의 공포', '포스트휴먼'의 이미지로 분류하고, 현대패션에 반영된 언캐니의 표현방법을 고찰하였다. 그 결과 '파편화된 몸'은 '몸의 해체와 결합', '몸의 훼손'으로 분류되었으며, 의복구성 원리의 왜곡, 신체의 과장과 은폐, 훼손된 신체 등의 표현으로 나타났다. '죽음의 공포'는 '죽음의 도상'과 '죽음의 상징적 오브제'로 분석되었으며, 해골과 시체와 같은 인간의 사후의 모습과 십자가 등의 오브제로 죽음을 표현하였다. '포스트휴먼'은 인체의 기능과 형태를 초월한 '유전자 변형'과 '사이보그'로 구분되었다. 이는 동물적 모티브에 의한 반인반수, 기괴한 오브제, 메탈소재, 비구조적인 형태로 분석되었다.
현대패션에 나타난 언캐니 이미지의 분석결과, 기괴함과 공포를 표현하여 시각적으로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새로운 흥미와 미적 쾌감을 유발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에만 의존하려 했던 미적관념이 세기말에 들어오면서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고, 끔찍한 것과 불쾌한 것도 패션의 미의식을 창출할 수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현대패션에서 '억압된 것의 회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이 시대의 하나의 새로운 미의 형태로 언캐니가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