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교회사, 특히 동방교부사 중의 한 영역인 사막교부사는 오랫동안 한국 개신교 역사학자에 의해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성 신학이 현대 모든 고등종교에서 큰 이슈로 나타남에 따라 많은 기독교 신학자들이 사막교부들의 영성을 하나의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한편 수도원의 영성을 비판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막교부들의 영성이 현실 도피적, 은둔적이어서 사회개혁에는 무관심했고, 구원의 복음을 희석시키는 금욕적 고행을 강조함으로 복음을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을 통해 벗어던진 금욕주의와 율법주의를 왜 다시 짊어지려 하느냐는 논리이다. 무엇보다도 종교다원주의, 혼합주의에 편승하는 가톨릭 수도원의 영성에 반대하는 신학자들의 강력한 비평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가톨릭 등 에큐메니칼 학자들과 개신교 개혁주의 학자들의 논쟁점은 모두 자신들의 신학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가톨릭과 에큐메니칼 진영은 수도원의 영성의 장점을 소개하고 이 영성이 기독교의 전통적 영성뿐만이 아니라 타 고등종교의 영성과 비슷한 체계를 가짐으로 종교적 에큐메니칼 운동의 한 단초로 이해하려한다. 초월적 경험을 상호 나누고 협력하여 종교의 배타성을 극복하고 인간의 보편적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자는 이들의 노력은 많은 자유주의 현대 신학자와 인문주의자들에게 공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는 이 두 진영의 해석을 재해석하여 개혁주의에 반하는 사상은 과감하게 노출시켜 경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의 본래의 정신과 부합하는 사막교부들의 정신적 유산은 계승하려한다. 즉 필자는 본 연구를 통하여 과거 사막교부들의 경건을 현대 에큐메니칼 진영이 주장하는 초월적 경험의 보편적 가치만을 주장해서는 안 되며, 아울러 개혁주의 학자들이 에큐메니칼 진영의 약점만을 강조하고 진실로 우리가 배울 사막교부들의 경건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
본 연구는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문제제기에서는 왜 하필 사막교부들의 경건을 연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제 2장에서 도대체 사막교부들이란 누구인가를 알기하기 위해 성경적 기원과 개념을 서술하였다. 제 3장은 사막교부의 원조인 성 안토니우스를 다루고, 제 4장과 제 5장은 사막의 경건생활을 신학적으로 정립한 에바그리우스와 카시아누스를 다루며, 제 6장은 나가는 글로 결론부분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사막교부들의 경건신학의 장단점을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정리했으며, 그들이 끼친 영향력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