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은 기술 재생산 시대 예술 작품은 복제가 가능하기에 아우라는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나 벤야민이 살았던 시대와 달리 지금 기술 재생산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원본과 복사본을 구분하기 힘든 경지에 이르렀다. 디지털 시대에도 과연 아우라는 사라지는 것일까? 이를 밝히기 위해 이 논문은 다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발전해온 영화의 재매개 과정을 분석해 디지털 기술이 아우라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그래비티〉는 재매개를 통한 기술적 역량이 절정에 달한 영화이기에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분석 결과 첫째, 〈그래비티〉는 투명성의 비매개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롱테이크, 스테디캠, 시점 변화, 폐쇄회로 화면 등의 시각적 요소와 정적, 오프사운드, 음향의 원근법, 주관적 청점, 제로확장과 배경음 확장, 공간적 듣기 사운드에 종속된 영화적 듣기 사운드 등의 청각적 요소, 라이트박스, 로봇공학, 증강현실 등의 첨단 기술, 그리고 내러티브 요소를 통해 현존감을 최대한으로 구현해 관객이 미디어를 잊고 우주라는 폐쇄된 공간에 몰입하게 했다. 이러한 투명성의 비매개는 원본의 우월적 지위를 무너뜨렸고 그 결과 관객의 주관적 체험인 아우라는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둘째, 〈그래비티〉는 블루스크린, 3D 기술 등 새로운 미디어를 퇴행적으로 재매개했고, 핸드헬드 카메라와 무성영화의 정적 사운드 등 오래된 미디어를 성찰적으로 재매개했다. 이러한 퇴행적 재매개와 성찰적 재매개는 우주 공간에서의 현존감 구현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심리적 교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재매개 효과는 곧 디지털 아우라의 창출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