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지자체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사업으로 축제를 기획하였다. 더불어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더 나은 삶과 여가에 대한 개인적 욕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런 정치·사회적 상황이 만나 축제의 수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축제의 증가는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축제 간의 경쟁을 초래하였고, 축제의 상업화, 획일화, 지역민 배제화 등 부정적인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1998년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상품성이 있는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하고 축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오히려 축제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 지역축제의 상업화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인문, 사회 분야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축제 이론가들이 말하는 축제의 속성인 '전복적 의미, 신성한 것에로의 의지, 유희적 본성의 문화적 표현'을 한국 지역축제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데는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연구자가 직접 만난 지역축제 현장의 주민들은 축제를 '손님맞이'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제를 손님맞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주민들이 타인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타자 지향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외국의 여러 유명한 축제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즐겁게 놀고 축제에 빠져들면서 축제의 주인이 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렇다면 타자 지향적 사고방식을 가진 한국의 지역민들은 어떻게 축제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현재의 지역축제는 어떤 의미와 목적을 담아야 하는가? 또한,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축제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들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자는 타자 지향적 주체성의 철학인 '서로주체성'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였다. 서로주체성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내가 될 수 있다는 주체성의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은 지역축제에서 타자와의 만남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상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서로주체적 만남'은 온정과 이해, 환희로 가득한 정신을 추구한다. 지역축제가 '서로주체적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나의 모습, 이웃과 함께하는 나의 모습, 지역과 만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비로소 온정이 가득한 축제의 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역축제가 목적으로 삼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대신하여, '서로주체성'의 철학과 이 철학의 핵심인 '만남'을 지역축제의 새로운 목적으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대신하여 한국 지역축제에 맞는 새로운 목적인 '서로주체성'의 철학과 이 철학의 핵심인 '만남'을 제시하고, 서로주체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지역축제를 만들어 갈 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지원 방향을 설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서로주체성은 타자 지향적인 주체성으로, 본 연구는 축제의 목적을 '서로주체적인 만남'으로 설정할 때,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였던 축제들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연구는 다음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문헌연구방법을 통해 축제의 의미와 흐름을 짚어보았다.
둘째,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축제총괄표'를 기준으로 한국 지역 축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현대사회에서 축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명해 보았다.
셋째, 현재의 지역축제가 담아야 할 철학적 가치로 서로주체성의 철학을 제시하였으며 서로주체적 지역축제를 위한 3가지 만남을 제시하였다.
넷째, 오늘날의 지역축제 현상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2015년 문화관광축제인 보성다향대축제, 보령머드축제, 도두오래물축제의 현장을 축제 기간 중에 답사하고,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축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인 유래, 의미, 환경, 활동을 비교 분석하였다.
다섯째, 서로주체적 지역축제로 성장하기 위하여 어떤 부분들을 지원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진단하고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도두오래물축제를 점검하였고,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방향을 제시하였다.
체크리스트를 통한 지역축제 진단표와 그 결과로 작성되는 지원방향은 문화이론가, 축제기획가, 커뮤니케이션전문가, 공공환경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지역축제가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하고자 할 때 하나의 보완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