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여성의 사회활동이 다방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발생비도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성폭력피해자의 대다수가 저연령대 여성인 가운데, 고연령대 여성피해율이 급증하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려할만한 현상이지만, 지역수준의 성폭력범죄와 여성피해자에 초점을 둔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 광역지역수준의 패널자료(2000-2013)를 활용하여 성폭력범죄발생요인에 대한 실증분석을 시도하였다. 국내 최초로 수행되는 작업인 만큼 분석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범죄발생요인의 식별 및 자료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구체적으로 가해자 중심의 경제학적 논의와 피해자 중심의 기회이론적 논의를 상호보완적으로 종합하여, 법집행요인, 노동시장특성, 및 피해자특성이 범죄공급에 대한 가해자의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에 미치는 효과를 균형적으로 고려하였다. 특히 피해자특성에 관한 작업은 기존 경제학적 논의의 확장이면서 기회이론적 논의와 차별성을 갖는다. 즉, 경제학계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되어왔거나 고려되지 못한 여성변수들을 기회이론적 피해자특성에 따라 분류하여 범죄발생요소로서 활용하였다. 또한 개인수준의 피해자화에 초점을 둔 기회이론적 논의와 달리, 거시적 수준의 성폭력범죄현상에 대한 분석시도 차원에서 피해자특성을 고려하였다.
주요 분석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법집행요인 및 노동시장특성에 관한 기존 경제학적 가설이 대체로 유효하였다. 먼저 기소확률의 억지력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지속되어온 낮은 수준의 성폭력범죄에 대한 기소율을 감안하면, 이 결과가 주는 형사정책적 함의는 작지 않다. 한편, 소득 및 고용 등 노동시장특성의 효과는 성별에 따라 상이하였다. 이는 노동정책과 형사정책 간 연관성을 논의하기 위해선 각 효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공급에 대한 유인은 다양한 피해자특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여성피해자의 연령별 분포의 양봉화 조짐은 주로 한국사회의 고령화, 여대생비율 및 저연령대 미혼여성가구주(또는 독신여성)비율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잠정 판단할 수 있었다. 비록 유의수준은 낮았지만, 고연령대 및 저연령대 여성취업자 중 저소득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도 그러한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성음주와 성폭력범죄 간 높은 연계성이 확인되었고, 특히 주취여성은 보호(소득)수준이 높더라도 성폭력피해에 취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
지역수준의 성폭력범죄현상-피해자특성 간 연관성에 관한 이상의 분석결과는 기존 문헌들에서 좀처럼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발견이라 판단된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정책함의는 노동, 교육, 보건, 노인복지 등 여성개인의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가 형사정책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상승과 함께 음주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보건정책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면서 형사정책적으로도 간과되어선 안 될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노인복지차원에서도, 한국의 고령사회로의 빠른 이행속도를 감안한다면,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인성폭력피해율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