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작가의 내적 정서와 관련된 사건을 회상하고 그를 바탕으로 주관적 조형화를 시도하여 화예 창작을 행한 연구이다.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필자의 추억중 제일 먼저 아름다운 기억들로 떠오르는 곳이 고향이다. 어린 시절을 산촌에서 보낸 필자에게 고향의 추억은 온통 산이다. 필자는 고향 산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고향의 험하고 굴곡 많은 고향 산이 내게 주는 느낌과 아버지에게서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나 같다. 필자는 고향에서 느끼는 아버지의 기억을 중심으로 고향과 아버지의 사진이나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 동생들과의 면담, 고향과 아버지에 관한 시집과 소설, 논문 읽기, 미디어 자료이용, 영화보기 등을 통해, 고향과 아버지의 소중한 추억을 상기 시켰다. 상기된 기억을 토대로 아버지의 성품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착상된 느낌을 모티브를 찾아 구체화 시킨 후, 내적 정서를 분석하여 발전 시켰다. 발전시킨 내용을 재구성하여 장면 화 한 후 내적 정서를 스케치하여 형태, 색상, 질감 등을 통한 직관적 접근으로 조형언어를 생성하고 구현하여 화예 작품을 완성 하였다.
조형 요소 중 감각적이며 인간의 생활 감정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체 작품 색채의 선택을, 고향의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색상으로 선택하여, 주 소재인 대나무에 필자가 느끼는 친환경 느낌의 색상들로 착색 시켰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연에서의 편안함, 푸근함이 표현 되어 성공 적 이었다. 주 소재인 대나무의 선택도 고향산과 아버지에게서 오는 강직함, 견고함, 묵직함, 변함없음 등, 고생하신 아버지의 굳은 의지와, 어려움을 잘 참고 인내하셨던, 아버지의 성품을 표현 하고자하는 필자의 작품의도와 질감을 통한 현상학적 만남도 성공적 이었다 생각한다. 작품 I '온 가족 합창'은 어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저녁마다 온가족이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큰 수국 꽃의 선택으로 형태나 중량감, 색채에 의해 표현 할 수 있는 운동감, 리듬감이 잘 표현 되었다. 작품 II '무거운 짐'은 아버지께서 자녀들을 도회지로 내보내어 공부시키시며 힘들고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표현한 작품으로, 소재를 오죽으로 선택 한 것과 오죽을 불에 휘어 아버지의 복잡한 머리와 힘에 부치도록 무겁게 느껴지는 당시 상황을 아버지의 연약한 어깨로 잘 지탱하고 계신 모습의, 질감 선택, 형태 구상 모두 성공적 이었다 생각한다. 촉각과 더불어 양감은 예술 작품에서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며 중량감을 주는 입체 요소 중 하나인데, 작품 III '우울한 노래 가락은, 실향민 이셨던 아버지가 고향을 그리며 눈시울을 붉히시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으로, 고향의 학교 가는 길의 풍성한 숲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숲을 상징하는 둥근 원의 엇갈림이 형태가 작아 풍성한 숲처럼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작품 IV '머리 파마'는 산골에 사시면서도 자녀를 최고로 키우려 애쓰셨던 아버지가, 필자가 여섯 살 때, 50리길 시내에 나가 머리를 파마해 주셨던 기쁨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대나무 링의 크기에 변화가 적어 개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입체 구성의 원리'중 하나인 변화의 표현이 미흡 했다고 생각한다. 작품V '한밤중 산을 넘으심'은 둘째 남동생이 한밤중 위급하여,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산을 넘어 병원을 가시던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 한 것으로 변화를 위한 대나무와 한지의 어울림이 조화 있는 질감 선택이었던지 좀 더 연구해야 할 앞으로의 과제라 생각했다.
조형언어 생성을 위한 식물 재료의 구조적 문제가 화예장르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고향의 추억을 살아있는 식물을 이용, 과거의 어린 시절을 회상, 조형화 하여 화예작품으로 제작한 것은 성과라 하겠다. 내면에 내재해있던 아버지의 회상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과거의 정서를 끌어올려 작품을 제작하고 방법론을 개발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내적 치유를 얻은 점을 부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