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인터넷과 상업화된 매스미디어의 홍수, 맞벌이 가정에서의 무관심, 학교 성적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 정서적으로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성교육과 정서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노력의 하나로 학교벽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심리적, 물리적 교육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환경의 영향과 유전적 기질로 나눌 수 있으며 최근 심리학계에서는 환경이 유전적 기질보다 성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다수의 학자들은 정서지능도 선천적인 요소와 함께 후천적으로 학습이나 교육, 경험, 연습 등 다양한 환경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성격이론의 몇 가지 하위요인들이 정서지능의 개념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고, 선천적 기질과 더불어 후천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두 개념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정서지능을 연구하는데 성격 5요인을 척도로 함께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이론은 학생들의 물리적 환경이 되는 학교벽화가 인지적, 정서적 측면에서 학생들의 성격 요인과 정서의 어떤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지, 학교벽화를 통한 정서 교육이 가능한지 연구의 필요성에 바탕이 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초등학교에서 학교벽화가 학생들의 성격요인과 정서지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학교벽화가 정서교육의 도구로서 가치가 있는가를 가늠해 보려는 데 있다.
연구 대상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로 벽화가 있는 3개 학교 150명(벽화군)과 벽화가 없는 3개 학교의 152명(대조군), 총 302명이다. 연구방법은 성격 5요인과 정서지능을 측정 도구로 하여 각 하위요인들의 영향력 관계를 SPSS ver.32 프로그램으로 평균, 분산, 상관분석을 하여 확인하였다. 성격, 정서 등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 크기로 수치화, 계량화하기 위해서 각각의 연구용 설문항을 이용하여 점수를 부여하고, 위의 통계적 분석방법을 이용하였으며 연구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분산분석 결과 벽화군과 대조군 사이에 성격 5요인의 평균값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벽화군에서 정서지식의 활용능력 평균값이 의미 있게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서지식 활용능력이 높으면 감정의 폭이 넓어져서 타인의 다양한 상황과 입장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것은 학교벽화가 교육도구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둘째, 벽화군 내에서 남녀 정서지능은 여학생의 감정이입 능력이 더 높은 평균 수치를 보였다. 또 감정이입은 타인을 신뢰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에 어려운 이들을 돕고, 타인과 편안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는 성격요인의 친화성과 높은 상관성을 보였는데, 이것은 성격요인에 따른 공감능력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것이라 추정된다.
셋째, 벽화선호도에 따른 성격 5요인과 정서지능은 대부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벽화에 대한 관심이 높을수록 신경증인 불안, 적대적 분노, 우울감이 낮았다. 또한 벽화에 대한 관심이 높을수록 원만한 대인관계와 관련된 성격 특성인 친화성이 높았고, 개방성, 성실성과도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벽화선호도는 해야 할 일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바꿀 줄 아는 정서지능의 사고촉진 능력과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사소통하고 행동하는 감정이입 능력과도 상관이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공미술로서의 학교벽화가 학생들의 성격요인, 정서지능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으며, 긍정적 인성변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서지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교육 도구로서의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연구대상의 학령과 지역이 더 확대된 추가연구가 필요하고, 벽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학생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연구가 이어지길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