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관찰하며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 왔다. 때로는 자연 그대로의 하늘로, 때로는 존숭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때로는 마치 사람과 같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때로는 우주변화의 원리를 관장하는 존재로 여겨왔다.
한나라 초기 동중서는 다양한 '天'의 개념들을 유가사상을 바탕으로 음양오행설, 천인감응설, 천인합일설 등과 결합하여 새로운 정치철학을 『춘추번로』 라는 저서를 통하여 주장하였다.
동중서는 유가사상에 뿌리를 둔 학자이며 한나라 건국 초기 혼잡했던 사회의 기틀을 사상적 통합을 통해 정리하려 하였다. 『춘추번로』는 바로 이러한 과정 중에 이론적 배경으로 사용되기 위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노나라 242년간의 역사를 불과 16,500여 자로 압축하여 『춘추』를 찬술하였다. 공자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동중서는 『춘추』해설서를 집필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춘추번로』이다. 『춘추번로』는 총 17권 82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인데 현재 일부 내용은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본 연구의 핵심은 『춘추번로』에 나타난 '天' 사상이 음양오행설, 천인감응설 그리고 천인합일설과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그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춘추번로』에 나타난 '天'의 의미별로 빈도를 분석해 보면, 『춘추번로』에서 인격천의 의미로 '天'이 사용된 빈도는 평균적으로 63.2%이고 자연천의 의미로 '天'이 사용된 빈도는 평균적으로 6.3%이며, 형이상학적 천의 의미로 '天'이 사용된 빈도는 평균적으로 30.5% 이다.
결론적으로 『춘추번로』에서 동중서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사상을 음양오행설, 천인감응설 그리고 천인합일설로 보았을 때, 인격천의 의미로 사용된 '天'의 字意가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되어 왔던 동중서와 그의 저서인 『춘추번로』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그의 핵심 사상을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이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왕권의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 하늘과 사람이 분명히 연결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하늘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천인감응과 천인합일을 주장한 동중서의 이론이 바로 그 증거가 된다. 사상적 대통합과 통치 권력의 강화를 위해 동중서는 그의 이론을 뒷받침할 사상적 배경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天'을 인격천의 의미로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