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 받아온 예술은 과거, 현재, 미래를 담고 있으며 예술의 장르는 회화뿐만 아니라 가구, 건축, 공예, 영화, 무용, 조각, 패션 등의 다양한 디자인 분야로 확장되었다. 특히 패션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 회화 작가들의 예술적 이념과 표현 기법을 모티프로 차용하고 새롭게 재해석하며 발전해왔다. 그 결과 예술사조와 패션디자인은 독립의 형태가 아닌 서로 융합적인 형태로써 흐름을 같이하고 있으며,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미적 트렌드를 끊임없이 창출해 내고 있다.
특히 20세기 본격적인 과학, 산업시대의 개막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사조로 인정받은 '데 스틸'(De Stijl)은 기계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요구했던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예술 운동이었다. 네덜란드 어로 '양식'(The Style)을 뜻하는 데 스틸은 20세기 초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기하학적 추상 미술 운동이다. 데 스틸의 목표는 그들이 창안한 신조형주의(NeoPlasticism)를 기반으로 대상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던 과거의 회화 구성 방식에서 탈피하여 점, 선, 면과 같이 가장 순수한 조형 요소들의 조합을 통한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화면 구성에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가구와 건축으로 까지 점차 그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며 1960년대에 들어서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해 본격적으로 패션에 접목되었다. 이후 데 스틸 양식은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국내외 패션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 컬러 블로킹(Color Blocking) 기법으로 지속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컬러 블로킹 기법을 응용한 패션 디자인은 의복 구성에 있어 절제된 컬러 사용과 기하학적인 면 분할을 기반으로 하는 모던한 양상으로써 조형적인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데 스틸에 관한 국내 선행 연구는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테오 반 되스부르크(Theo van Doesburg),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의 회화, 건축, 도자, 사진, 텍스타일 등에 관한 단일적인 연구만이 존재할 뿐, 아직까지 컬러블로킹에 대한 단일 논문은 존재하지 않으며 데 스틸의 조형성을 응용한 컬러 블로킹 패션디자인에 관한 학술적인 분석과 작품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데 스틸의 조형성이 가지는 미적 특징을 고찰하고, 최종적으로 이를 응용한 컬러 블로킹 패션디자인 작품을 개발하는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이론적 고찰은 데 스틸의 개념과 신조형주의, 신지학에 대해 살펴보고 형성 배경을 알아보았다. 또 데 스틸 운동의 주요 작가로 피에트 몬드리안, 테오 반 되스부르크, 게리트 리트벨트의 작품을 연도별로 분석하였다. 패션 사례 분석으로는 컬러 블로킹이 본격적으로 패션 트렌드로 대두되기 시작한 2010년 S/S 시즌부터 가장 최근인 2016년 F/W 시즌까지로 연구의 범위를 한정하였다. 본 시기의 4대 패션 컬렉션 분석을 통해 데 스틸의 조형성과 컬러 블로킹이 응용된 패션디자인의 특징을 디자인 개발의 모티프로 활용하였는데, 사례 분석 결과로 데 스틸의 조형적 특징은 컬러 절제성을 응용한 컬러 블로킹, 그리드를 응용한 컬러 블로킹, 기하학적 면 분할을 응용한 컬러 블로킹으로 크게 3가지로 도출되었다. 이상의 특징 분석을 근거로 하여 실용적이고 트렌디한 컬러 블로킹 여성복을 6벌을 실물로 제작하였다.
먼저, 작품I과 작품II는 컬러 절제성을 응용한 컬러 블로킹 작품으로 데 스틸의 삼원색 중에서 주조색을 선정하고 데 스틸의 대표 작가인 테오 반 되스부르크가 주장한 요소주의의 사선 분할을 디자인에 적용하여 관능적인 컬러 블로킹 룩을 제시하였다.
작품III과 IV는 그리드를 응용한 컬러 블로킹 작품으로 데 스틸 신조형주의의 수평, 수직 구조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패브릭들을 서로 블로킹하고 다채로운 컬러 원단들을 감각적으로 배치하여 캐주얼 하고 모던한 룩을 완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작품V와 VI는 기하학적 면 분할을 응용한 컬러 블로킹 작품으로 언밸런스한 색면 분할과 울, 인조가죽, 인조 스웨이드 등의 다양한 패브릭 블로킹을 통해 미니멀 하면서도 독창적인 컬러 블로킹 룩을 표현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데 스틸의 조형성을 컬러 블로킹 룩에 연계함으로써 데 스틸 특유의 조형 원리인 수직, 수평의 그리드 구조와 삼원색, 삼무채색의 절제된 컬러 사용, 기하학적이고 비대칭적인 면 분할 등의 순수한 추상요소를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패션 디자인으로 재해석 하였다. 지속적으로 데 스틸에 관한 연구와 컬러 블로킹 패션 디자인 개발 및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와 더불어 후속 연구에서는 보다 다각적이고 독창적인 표현 방법을 통한 컬러 블로킹 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