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좌파정당과 노동조합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 조건을 규명하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 역시 그러한 조건에 도달하여 양자의 관계가 파탄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 논문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기존 연구와 달리 양자의 내부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민주노동당의 자료는 주로 저자가 직접 수행하였던 인터뷰, 설문조사, 여론조사, 보고서 등에 기반하고 있다.
이 논문은 좌파정당의 변화과정에 '사회운동의 주기이론'을 적용하여 정당의 시기를 발생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로 분류하고 이러한 일련의 변화과정을 좌파 정당이 자본주의 체제 내로 종속되고 점차 개량주의노선을 강화하는 '반체제세력의 제도화'라는 관점에서 고찰한다. 이 논문은 이러한 관점 아래 좌파정당이 제도화를 심화시켜 가는 각 단계에서 최상급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또한 그러한 변화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규명한다.
한국의 경우 서구 좌파정당과 노동조합의 동반성장전략의 전제조건이었던 양날개 즉 산업별노조와 좌파정당이 미약하였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직율을 합해도 10% 수준을 넘지 못하였고, 노동조합은 총자본과 국가를 상대로 협상을 도출할 만큼 힘의 균형을 이룬 적이 없었다. 각종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득표수는 전체 노동자의 10% 수준을 맴돌았다.
유럽이나 한국 모두 좌파정당은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 유권자를 대변하려고 하면서 노동조합과 멀어지고 있으며, 특히 유럽의 경우 좌파정당이 집권을 전후로 하여 노동조합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더 이상 좌파정당과 공식적 관계를 유지할 동력이 없어졌다. 이 논문은 이를 양 조직의 제도화 수준의 차이로 인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정리한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유럽의 좌파정당과 달리 노동자 유권자의 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서 보듯이 중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창당 10여년 만에 민주노총과의 관계 파탄을 자처하였다. 이 논문은 이러한 과정을 '민주노동당의 조로화와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의 실패'로 정리하는데, 민주노동당의 조로화의 원인으로서 노동자의 낮은 조직률, 산별노조의 사실상의 실패와 함께 한국적 상황에서 기인한 민주노동당의 민중정당적 출발과 전근대적인 정파의 폐해를 제시한다.
이 논문의 결론이 유럽에서 풍미하였던 '양날개론'의 분석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점은 당과 노조의 제도화 속도의 차이를 양자 관계 이완의 일반적 원인으로 제시한 부분, 분단과 냉전의 한국에서는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자주적인 민족통일국가를 이루려는 민중운동의 영향으로 인해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취약한 노동자정당이었고 또한 특별히 더 빨리 의회주의에 몰입했다는 부분이다.
민주노동당은 농민과 빈민 그리고 통일운동세력까지 포괄한 민중정당이었고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는 노동자 계급정당으로 시작한 서구의 좌파정당보다 출발점이 앞서 있었다. 서구의 초창기 좌파정당 내에서 공산주의계열과 사회민주주의 계열이 분리되었던 반면 민주노동당의 경우 민족문제를 강조한 자주계열과 계급문제를 강조한 평등계열이 제도화의 성과를 놓고 경쟁하면서 통합과 분열, 재통합과 재분열을 반복하였다. 국가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국가보안법 이데올로기로 인해 제한적인 포섭전략을 구사하였고, 민주노동당을 계승한 통합진보당은 결국 공권력에 의해 해산되었다.
이 논문은 향후 한국에서 당과 노조의 동맹을 연장하려면 양자가 자신들의 제도화에 대한 지연과 회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자신들의 이러한 전략을 상호 동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특히 노동자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노동조합이 좌파정당의 성급한 국민정당화 경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문은 당과 노조의 관계에 관한 미래지향적 대안과 관련하여 제도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양자가 긴장적 협력관계를 기본으로 하여 자신들의 대표성, 자주성, 민주성을 강화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주체를 의식적으로 형성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