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연구자가 산속의 작업실에서 자연과 함께 살면서 주변을 관찰하고 스케치했던 이미지들과, 작은 텃밭을 경작하면서 맞닥뜨린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생을 다룬 그림책 「고라니 텃밭」의 창작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다.
연구자는 평소 자연과 가까이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지어 식량의 일부를 자급자족하며 노동과 체험을 통해 얻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며 살기를 갈망해 왔다. 운 좋게도 연구자는 실제로 2년 6개월 동안 숲 속의 작은 집에 살면서 조그마한 텃밭을 경작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경험했다.
틈나는 대로 숲 속을 거닐며 나무와 식물, 동물의 흔적을 관찰하고 스케치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숲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작은 텃밭을 만들어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고 애지중지 가꾸며 땀 흘리고 생명을 키우는 보람을 느꼈다. 텃밭에 여러 채소들을 키우며 필연적으로 숲 속 고라니를 마주하게 되었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생 문제를 피부로 인식하게 되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야생동물과 인간의 삶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깨달았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문제는 우리사회가 시급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강구 해야 할 숙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생활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자연을 약탈하고 온갖 폐기물들을 자연에 버리는 시스템을 지속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살아가야 하는 자연적 토대가 급격히 붕괴되고 있음에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우리 곁의 뭇 생명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보살피지 못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생명파괴 행위를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벌이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의 개발 논리와 기업의 이기심 때문에 자연환경을 짓밟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이제는 개발만이 우선인 정책에서 벗어나 공생을 모색해야 할 때이며 공생의 자세야말로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기본자세라 생각한다. 지구별의 운명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의 운명은 인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림책 「고라니 텃밭」은 비록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생의 문제를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고자 기획 하였다.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전개하여 흥미롭고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며 현실의 문제를 쉽고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다.
본 논문이 인간과 야생동물, 자본가와 노동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 간의 상호 공생을 고민하는 작은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