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림책의 창작 과정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로 나뉠 수 있는데 글과 그림의 창작자가 같은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다. 글과 그림의 창작자가 같은 경우에는 글을 이미지로 풀어내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글과 그림의 창작자가 다른 경우에는 이야기를 이미지로 풀어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글 창작자가 추구하는 방향과 서사에 묶이다보면, 그림 창작자의 개성을 오롯이 드러내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시'를 그림책 텍스트로 삼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는 함축적이고 간결하며 행과 행 사이에 여백이 있어, 그림 창작자는 그 여백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 본연의 시 자체가 품고 있는 이미지를 생산해 내면서 행과 행 사이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불러내서 표현하는 일은 굉장히 흥미롭다.
시는 주로 감성과 서정으로 이뤄진다. 시의 서정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같은 시를 두고 독자에 따라 이해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따라서 시를 이미지로 풀어냈을 때, 아주 다양한 표현과 해석이 가능하다. 시를 기반으로 그림책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은 다양한 해석과 이미지 표현 안에서 자유롭게 창작 실험을 하는 과정이다. 창작 실험을 따라가며 시 행간을 풍성하게 해석하며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알아보는 것에 이 연구의 의미가 있다.
시 〈선생님 과자〉는 어린이가 쓴 시로써,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인다. 연구자는 시를 쓴 어린이의 마음, 시에 드러난 표면적 상황을 바탕으로 행간 사이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상상하며 그림책으로 구체화하였다. 주어진 텍스트를 넘어서서 더 많은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과정은 새로운 창작 과정이다. 한계 없이 작가 스스로 더 넓은 의미를 일궈내는 여정이며, 본연의 시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확장된 이미지로 표현하는 과정은 시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기쁨으로 느껴졌다.
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어린이시 〈선생님 과자〉를 바탕으로 그림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기술하였다. 특히 시적 행간의 의미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그림책적 표현으로 발전해 갔는지 그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 이 연구 과정을 통해 그림 작가가 텍스트를 이미지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글과 그림이 결합한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 창작 실험을 통해 그 결과물에 이르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