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바디페인팅은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접근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조형예술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예술장르의 하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바디페인팅 작품들을 들뢰즈 예술철학, 특히 회화론에 입각하여 미적 특성을 도출하는데 목적이 있다.
연구의 내용은 첫째, 이론적 연구를 위해 바디페인팅의 개념과 역사, 표현기법을 살펴보고, 들뢰즈의 예술철학에 대해 저서인 『감각의 논리』에서 베이컨, 세잔, 폴록의 회화를 통해 전개한 회화론을 기관 없는 신체, 감각적 리듬, 리좀 모델 개념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둘째, 들뢰즈의 예술철학을 적용하여 바디페인팅에 나타난 각각의 미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연구방법은 이론적 연구에서는 바디페인팅과 들뢰즈의 예술철학에 대한 국내외 전문서적과 선행연구를 통해 문헌고찰이 이루어졌으며, 실증적 연구에서는 들뢰즈의 예술철학으로 본 바디페인팅의 미적 특성을 2010년 이후 국내외 바디페인팅 작가의 작품을 통해 분석하여 창조적 변용성, 상호관계적 공간성, 돌발적 우연성으로 도출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들뢰즈의 예술철학인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를 통해 해석되었는데, 이는 유기체화 되기 이전의 신체, 유기체화 되기를 거부하는 탈형태, 유기체의 해체로 인한 무한한 변이와 생성을 의미한다. 즉, 재현체계를 거부하고 얼굴을 왜곡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는 생성의 잠재성을 갖는다. 또한 감각적 리듬 개념은 폴 세잔의 회화를 통해 논의되었는데 그에 따르면 지각, 정서, 감각, 색채는 교환을 통해 사물들의 지평적인 특성을 드러내며 색의 감각을 중심으로 공간에서의 탈중심을 의미한다. 신체는 감각을 주고받으며 대상이고 동시에 주체로서 중심을 벗어나고 적극적으로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임으로써 또 다른 상호관계적인 유동적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좀모델 개념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통해 제시되었는데, 이는 어떤 곳에서든 끊어지거나 깨질 수 있고, 특정한 선들을 따라 혹은 다른 새로운 선들을 따라 복구되어 탈영토화를 통해 끊임없이 탈주하는, 접속, 분화, 단절, 연결을 의미한다. 액션 페인팅의 작업과정에서 커다란 캔버스 위로 물감을 흘리고, 끼얹고, 튀기고, 쏟아 부으면서 몸 전체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의 방식으로, 무의식 행위를 통한 돌발적인 선의 움직임이 우연적 상황을 만들어 추상적 형상을 표출하고 선에 의한 초점이 존재하지 않는 다촛점 회화를 상징한다.
둘째, 들뢰즈 예술철학의 기본개념인 기관 없는 신체, 감각적 리듬, 리좀 모델을 바디페인팅에 적용하여 미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각각 창조적 변용성, 상호관계적 공간성, 돌발적 우연성으로 나타났다. 바디페인팅에서의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은 추오산과 마테오 아르파노티의 작품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인체의 기관위치를 전이시키고 뒤엉켜 놓은 유기체 해체로 인한 탈형태, 기존 기법에서 벗어난 탈형식을 통해 무한한 변용을 표현하고 기계, 괴물, 좀비 ‘-되기’라는 변환의 구도를 생성하는 창조적 변용성을 표출하였다. 리우 볼린과 트리나 메리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감각적 리듬 개념은, 배경과 일치되도록 채색한 바디페인팅을 통해 인체 또는 사물과 공간의 선적 경계를 허물고, 색의 감각적 리듬운동으로 공간 속 신체의 위장과 감춤을 통해 사물과 인간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시각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상호관계적 공간성을 표출하였다. 또한 마크 쉐인과 배달래의 작품에서 주로 나타난 리좀 모델 개념은, 바디페인팅 작가의 돌발적인 퍼포먼스로 인한 무의식적 표현으로 생성된 불규칙한 선을 통해 추상적 형상의 우연한 생성과 존재의 생명감을 표현하는 돌발적 우연성을 표출하였다.
상기 내용을 통해 오늘날 바디페인팅은 눈속임이나 재료를 통한 표현기법으로 완성되는 단순한 작업에서 벗어나 작가의 무한한 창조력과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으로 완성되는 하나의 예술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기관 없는 신체, 감각적이며 욕망하는 신체, 리좀적 사유로서의 들뢰즈 예술철학이라는 새로운 층위의 해석을 바디페인팅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앞으로 자유롭고 창조적인 바디페인팅 작품의 발상과 표현에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