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주택은 가족의 주요한 자산인 동시에 생활의 기반으로서 가족의 삶과 추억이 깃든 곳이다. 이혼과정에서 부부 중 누가 거주주택을 점유하여 계속 사용할 것인가는 미성년 자녀와 양육권자의 이혼 후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이혼과정에 있는 당사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성격 및 그 점유 결정의 요인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혼과정에서 거주주택의 점유 결정이 이혼 당사자들과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그 재량이 어떻게 행사되는지에 대한 연구 역시 미흡하다. 그 이유는 거주 주택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와 인식이 일천한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거주주택의 점유 결정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이 연구는 거주주택의 성격과 거주주택 점유의 의의를 검토함으로써 이혼과정에서 거주주택을 보호해야 할 당위성의 근거를 모색하였다. 특히, 인적 재산(Personal Property)으로서의 거주주택의 성격은 거주주택에 대한 점유에 근거하므로 이 연구에서는 거주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나 임차권의 분할이 아닌 거주주택에 대한 점유 결정의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혼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상 거주주택의 점유는 우선 당사자 중 일방이 거주주택으로부터 퇴거함으로써 결정되고, 나아가 법원 판결에 의하여 최종적인 점유가 결정된다. 그리하여 이 연구에서는 이 양자를 구분해서 검토하였다. 그리고 판례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거주주택의 점유 결정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재판이혼과정에서 미성년 자녀와 양육권자의 주거권 보호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판례 자료는 2012. 1. 2. ∼2013. 2. 5. 의 기간 동안 서울가정법원에서 다루어진 재산분할 사건 전수에 해당하는 판례를 이용하였으며 실증분석에서는 이항로짓분석을 수행하였다.
당사자에 의한 거주주택 점유의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특히 이혼 당사자 중 부인(여성)이 이혼 후에 자녀를 양육할 확률이 높아 남편(남성)에 비해 거주주택을 계속 점유하여 사용할 필요가 더욱 큰 데도 불구하고 경제력이나 협상력의 부족 또는 남편(남성)의 폭력 등 특정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거주주택으로부터 퇴거를 하게 됨으로써 부인(여성)이 남편(남성)에 비해 이혼에 따른 상당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가정폭력에 대한 보호대책의 미비라는 제도적 요소 외에 가정폭력의 수용에 대한 성별 차이 및 남편(남성)의 보수적인 성 역할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법원 판결에 의한 거주주택 점유의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법원이 판결을 통해 거주주택에 대한 점유를 결정함에 있어 그 거주주택에 대한 등기부상 소유권자가 누구 인가 또는 거주주택으로부터 누가 퇴거 하였는가 등 현상에 나타난 '청산적 요소'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에 거주주택의 인적 재산으로서의 성격과 이혼 후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부양적 요소'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당사자의 거주주택 퇴거 여부가 법원의 거주주택 분할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편(남성)의 폭력 등으로 인해 거주주택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비자발적 퇴거를 해야 하는 부인(여성)에게는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등기부상 소유명의나 가정폭력과 같은 거주주택 문제에 내포된 가부장적 요소와 가정폭력에 대한 보호대책의 미비와 같은 제도적 요소가 일방 배우자의 거주주택으로부터의 퇴거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거주주택의 점유를 결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에 의존하는 법원의 태도와 맞물리면서 이혼 당사자 중 많은 경우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인(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연구는 현재까지 논의가 부족했던 이혼과정에서 인적 재산으로서의 거주주택의 성격과 그 논의의 전제가 되는 거주주택 점유의 의의를 살펴본 점, 우리나라에서 거주주택의 점유 결정요인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최초로 시도한 점, 특정 법원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다루어진 재산분할 사건 전수를 대상으로 한 판례 자료를 이용해 실증분석을 시도함으로써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높인 점, 그 과정에서 외국 선행연구가 제안한 의사결정 모형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점, 그리고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재판이혼 실무에서 이혼 후에도 기존 거주주택이 필요한 미성년 자녀와 그 양육권자인 부인(여성)에 대한 보호가 미흡함을 확인한 점 등이 큰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