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수업의 경험에 관한 연구로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수업 경험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였다.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은 시각장애와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 다른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학습역량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정안인 학생들과 동일한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음에도 미술수업의 중요성이 과소평가 되어져 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시간의 경험을 이해하고 분석함으로써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이 어떤 경험을 통해서 미술 표현활동에서 적극적인 창작자로 변화하는 지를 탐구하였다.
본 연구가 추구한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지각방식의 특징은 무엇인가? 둘째,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이 시각예술표현수업에서 만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셋째, 어려움을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넷째 학생들을 능동적인 창작자로 변화하게 하는 경험은 무엇이며 그 경험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인가?
본 연구는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시간의 경험을 탐구하면서 질적 연구의 한 방법인 문화기술지 방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된 자료를 담화분석의 방법으로 연구하였다. 그 이유는 문화기술지 연구방법은 연구 참여자들의 입장에서 가치관과 행위의 의미, 그리고 일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연구 방법이기 때문이다. 담화분석의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담화분석이 상호작용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유 활동의 구조를 탐색하고 언어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행위의 본질을 탐구하기에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용예, 2011; Gee, 1990a).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수업 경험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얻은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천적 시각장애 학생들은 지각하고자 하는 대상의 전체가 아닌 접촉면을 중심으로 지각하는 특성이 있으며 시각중복장애 학생의 언어체계는 무의미한 발화가 아니라 의미를 갖고 있는 의사표현임을 발견하였다. 둘째,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이 미술수업을 통해서 겪는 어려움은 세 가지로 발견되었다.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은 색'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며 직접 접촉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하여 간접 경험으로 지식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또한 형(shape)을 지각 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어려움을 만난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기 보다는 침묵과 방어적 태도, 회피, 소극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셋째, 미술수업에서 학생들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험을 통하여 발생하였다. 시각중복장애 학생 자신이 능동적으로 다양한 재료와 접촉할 때 적극적 학습자로 변화하였다. 학생의 경험에 대하여 교사가 진심으로 공감 했을 때 창작자로 변화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경험을 통해 적극적 창작자로 변화하였다.
넷째, 학생들을 변화시킨 경험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미술수업에서 재료에 대해 접촉하는 것은 재료의 물질적 특성을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자체로 재료에 대한 주체적이고 의지적인 접촉의 과정이며, 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창작자로서 정체성 변화의 과정이다. 교사의 진심어린 공감은 학생에 대한 진실한 마음의 전달이며 이것은 학생과 교사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다. 교사의 이런 공감대화는 학생의 의욕과 동기에 영향을 미쳐 소극적인 학생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몸을 움직이는 능동적인 수업 경험은 나와의 관계, 동료들과의 관계, 예술과의 관계를 만드는 경험을 생산하고 겪는 과정이었으며 이 경험을 통해 학생은 능동적인 창작자로 변화하였다.
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교육의 의의와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첫째, 미술교사들에게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이 소통하기 어렵고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이 아닌 능동적 활동이 가능한 존재이며 열정적인 창작자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둘째,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이 창작자로 변화하는 출발에는 학생 스스로의 능동성 발현이 필수적이며, 여기에는 교사의 적절한 안내와 촉진, 격려, 공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필요한 그 때에 적절한 역할을 하기위한 전문적 역량의 함양이 필요하다. 셋째, 미술수업을 통한 능동적인 수업 경험은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긍정적 자아상을 세우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시각장애 미술교육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시각중복장애 학생들의 미술수업을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깊게 바라보고 미술교사의 교육학적 역할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