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S. 게일(James S. Gale, 1863~1937)이 지은 『연경좌담』에 대해 논의하였다.
『연경좌담』은 가사(歌辭) 갈래의 형식과 특성에 맞추어 신약 성경의 구절을 재편한 작품으로, 4·6판형 203면 분량의 순한글 세로쓰기 형태로 1923년에 출판되었다. 이 작품에서 게일은 4복음서에 기초한 예수의 일생을 시간과 사건별로 나열하여 가사 양식으로 정리하였다. 『연경좌담』은 국문학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음악적·신학적으로만 다루어졌을 뿐 문학적인 검토는 본격적으로 수행되지 못하였다. 이에, 본고에서는 『연경좌담』을 문학 텍스트로 규정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먼저 『연경좌담』이 제작된 배경을 게일의 행적과 관련 지어 탐문하였다. 게일은 조선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문학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관심은 고소설, 시조, 한시 등 조선문학의 다양한 갈래에 걸쳐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그는 당시 조선인들 사이에서 가사문학이 매우 활발하게 향유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성경의 내용을 가사 갈래의 형식으로 변개하여 조선인들에게 선보이려 하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연경좌담』은 가사의 4음보격 율격이 기계적으로 적용된 작품은 아니다. 게일은 조선문학을 연구하면서 가사 갈래에 나타나는 독특한 기법들을 찾아내었고, 그러한 기법들을 『연경좌담』에 폭넓게 반영하였다. 예컨대 『연경좌담』에는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타나는 과감한 생략 기법과 조선후기 가사 작품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편구 및 대구법이 활용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게일은 『연경좌담』을 읽게 될 조선인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성경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감흥적 수사를 작품에 다수 삽입하였다. 가사의 서정적 국면을 확대함으로써 조선인들이 성경의 내용에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연경좌담』은 조선인의 기호에 부합하는 문학 갈래를 활용하여 제작한 게일의 역작이며, 작품의 내용은 물론 형식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작이다. 게일에 관한 종래의 연구에서는 그의 능통한 한국어 실력과 조선의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부각하는 데 치중하였으나, 본고의 논의를 통해서 게일이 자신의 연구를 선교 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게일은 신학과 문학의 접점을 찾아내었던 당대의 독보적 선교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