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며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논의가 펼쳐졌다. 죽음의 문제에서 늘 쟁점이 돼 왔던 안락사와 존엄사 허용을 두고 찬반 논쟁이 다시 벌어졌고, 호스피스·완화의료와 돌봄의 문제가 조명을 받았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죽음을 앞두고 죽음을 준비하는 절차로서의 연명의료 결정은 누구나 맞을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본 연구는 삶과 죽음의 문제와 직결된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해 언론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전후로 연명의료를 어떻게 보도해 왔는지를 분석하고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함께 언론보도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살펴보고 문제점의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연구 분석 대상은 2013년 부터 2018년까지 네 개 종합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에서 연명의료를 다룬 400건의 기사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나 보도됐는지, 다양한 형태의 기사로 보도했는지, 용어 사용에는 문제가 없는지, 다양한 취재원을 활용했는지, 어떤 관점에서 보도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첫째 양적 측면에서 법이 시행된 2018년에 107건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연명의료 문제가 가장 많이 다뤄졌다. 언론들은 실제로 법 적용이 된 이후의 결과와 후속 보도에 관심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이뤄졌던 2017년과 법제화가 이슈화된 2013년엔 각각 76건과 66건이 보도됐다. 법 제정 직전 해인 2015년엔 60건, 법이 제정된 해인 2016년에 51건, 법제화 논의가 소강상태였던 2014년에는 40건이 보도됐다. 언론사별로는 중앙일보가 145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조선일보 129건, 경향신문 78건, 한겨레 48건 순이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연명의료 문제를 장기 기획시리즈로 보도하며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둘러싼 이슈를 중요하게 다뤘다. 둘째, 질적 분석을 통해서는 언론들이 연명의료 문제를 단순 보도인 스트레이트 기사로 다루기보다 기획기사, 인터뷰, 해설기사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접근하려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용어 사용에서 안락사와 존엄사, 웰다잉 등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용어를 혼용해 사용했고, 연명의료결정법이라는 공식 약칭 대신 존엄사법, 웰다잉법으로 혼용했다. 또 전체 취재원 546명 가운데 의료분야 취재원이 220명으로 집중됐다. 일반인 및 기타분야 취재원이 82명, 환자 및 가족분야 취재원은 77명이었고, 정부분야 취재원은 59명이었다. 이밖에 죽음교육분야 취재원 38명, 시민단체 취재원 33명, 법분야 취재원 15명, 종교분야 취재원 6명, 생명윤리분야 취재원 3명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셋째, 프레임 분석에서는 400건의 기사 가운데 정보제공 프레임을 갖춘 기사가 1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에 없던 제도가 만들어지고 연명의료 문제가 의료는 물론 법과 생명윤리, 돌봄 문화 등이 연관된 일이기에 이를 자세히 설명하는 기사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판 프레임은 89건, 문제해결 프레임은 61건, 갈등 프레임은 55건, 자기결정 프레임은 38건, 내러티브 프레임은 28건, 의료비 프레임은 11건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언론은 연명의료 보도에서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취재원을 편파적으로 활용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는 수용자들에게 연명의료 문제에 관해 잘못되고 편향적인 정보를 전달할 위험이 있다. 또 언론은 생명윤리 프레임으로 연명의료 문제를 접근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는데 특히 자기결정과 안락사를 옹호하는 주장이 강조되며 생명을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보도했다. 이는 수용자들에게 올바르지 못한 생명윤리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언론보도에서 나타나는 위와 같은 문제점과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재, 생명윤리 연구기관이나 생명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가톨릭교회에서 언론인들을 위한 연명의료 용어집을 제작하고 언론인들에게 생명윤리 교육을 제공하기를 제안한다. 생명윤리 보도에 있어 언론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언론인들이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향후 보도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둘째, 생명윤리 전문가 및 운동가들의 적극적 언론 대응의 노력을 기대한다. 연명의료 관련 보도에서 취재원이 의료분야에 집중된 것은 의사들이 보다 활발하게 언론과 접촉하며 의견을 밝히고 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윤리 전문가들과 언론을 통해 생명윤리 입장을 자주, 명확하게 밝히며 잘못된 언론 보도에는 이의와 반론을 앞장서야한다. 셋째, 뉴미디어를 통한 올바른 생명윤리 콘텐츠 제작을 제안한다. 요즘은 1인 미디어 시대로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때로는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기존 언론보다 클 때도 있다. 생명윤리 관점에서 연명의료결정법과 연명의료 결정 문제를 다룬 콘텐츠를 통해 일반인들이 생명윤리 관점에 따라 연명의료 문제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