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의 전통도검 제작방법에 대한 조형연구 과정의 기록이다.
2013년 여름, 연구자는 한 도검장에 관한 영상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인간의 한정된 힘과 지혜로 철을 만들고, 또 그 철로 검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은 많은 창작 영감을 주었다. 당시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생각은 없었음에도 취재를 시작했다. 도검장들과 인터뷰를 했고, 실제 도검제작현장을 참관하여 동영상과 사진, 스케치 등의 자료를 만들었다. 부족한 자료들은 박물관, 전시회, 행사 등을 찾아다니며 취재하였고, 일정 부분 문헌조사도 병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검 제작과정을 이해했고, 더불어 한국검의 역사와 현재 도검 제작현장의 열악한 상황도 알 수 있었다.
전통도검을 제작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여러 가지 다른 관점의 기획이 가능했다. 기획을 여러 번 변경하고 시도한 끝에 대장간 작업을 본 최초의 순간에 느낀 감동을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릴 대상은 철을 추출하고 검에 강도를 주는 과정과 그에 사용되는 도구, 그리고 완성된 검으로 정했다. 이를 빛과 어둠이라는 조형요소를 이용해 표현하려고 의도했으며, 작업 목적은 불과 인간 동작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선 20세기 미래파의 작품, 미국의 20세기 초 흑백 판화 등에서 참고가 되는 표현요소들을 찾았다. 시범작들을 제작하며 흑백이되 단절된 선과 명암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여러 가지 재료를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금속광택을 가진 흑연 가루와 파이버 페이스트의 조합을 사용하여, 선행연구 대상인 작품들의 조형성을 본 작품 제작에 적용하게 되었다. 특히 끊어지는 외곽선, 단절되는 명암이 집중적으로 드러나도록 표현했다.
전통제철을 포함한 전통도검 제작은 생소한 분야였고, 따라서 자료를 모으는 기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식이 쌓이고 눈으로 본 횟수가 늘어나도, 가장 강력히 연구작업을 이끌어간 심리적인 원동력은 따로 존재했다. 그것은 이 소재를 처음 접했을 당시 느낀 시각적 아름다움이었다. 연구자의 개인적인 감동을 조형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은 결국 역사적 의미가 깊은 전통도검 제작방법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전통에 대한 이해와 사명감을 가진 연구자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이는 또 다른 큰 배움이었다.
본 논문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한국 전통에서 느끼는 심미적인 관점을 담은 개인 작업의 제작기록이지만, 한편으로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연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기회인 동시에 전통을 지키는 데 일조하는 수단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