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로터널의 증가와 장대화로 터널 이용자의 위험과 심리적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터널에서의 사고는 주로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터널 이용자의 졸음과 피로감이 증가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특수 조명의 설치, 내장설비에 패턴 도입, 시인성 향상을 위한 대형 픽토그램 적용 등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의 개입은 졸음 운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표현의 범위와 방법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근본적인 터널 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열악한 터널의 환경은 이용자에게 심리적 불편함을 야기하며 이용자의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터널 내 주행의 안전성과 이용자의 터널 경험 개선을 위해 이용자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한 디자인 개입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터널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공공디자인 매뉴얼(교량, 터널)』이 있으며 고속도로 터널의 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메뉴얼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터널 이용자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한 연구가 미흡하게 드러난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장대도로터널에서 심리적 불편함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터널 이용자의 안전함을 높이는 디자인 개입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과 범위는 국내의 연장길이 1km 이상의 장대도로터널로 20여 곳의 터널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조사하였고, 터널 공간을 진입부, 갱구부, 기본부, 출구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해외 도로터널의 조사 대상은 세계도로협회(PIARC)와 호주 NSW Government 등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서 리스트를 발췌하고 추가적인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연구는 이론적 근거 조사와 관찰 조사를 통해 국내 도로터널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현황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였다. 그리고 해외의 이론적 근거와 선진 사례 조사를 통해 국내 장대도로터널 환경이 지닌 문제점과 시사점을 도출하는 단계로 전개되었다.
연구 결과, 국내 장대도로터널의 열악하고 단조로운 환경은 관리주체의 일방향적인 관점에서의 접근과 기술 중심의 정량적인 설계 기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스템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용자 측면에 대한 배려 부족이 터널 이용자의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고 이용자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었다. 따라서 국내 장대도로터널의 환경을 쾌적하게 개선하기 위해서는 터널 이용자에 대한 심리적 문제를 고려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디자인 개입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 해외의 장대도로터널들도 초기에는 국내와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공공시설물 디자인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으로 시지각적 요구까지 충족시켜주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통해 국내 장대도로터널의 시각적 환경 문제는 공학적인 설계 중심의 시스템, 터널의 관리 구조, 디자인의 접근 방법과 모두 관련되어 있고, 현재 적용되고 있는 설치 지침과 법규 아래에서는 디자인의 개입 범위와 방법이 한정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터널 이용자에게 유발하는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개입을 위해서는 공학적 설계와 법적 근거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용자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한 디자인은 장대도로터널에서 이용자의 안전함을 높이고 터널 경험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