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삶', 그 사이에 '옮음'이라는 방부제가 추가될 때 썩지 않는 앎과 삶이 될 수 있다(유영만, 2019). '앎'은 따라서 지식을 행하고 앎 그 자체를 반성하는 삶의 행동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심신이원론에 기반을 두어 인간의 몸과 마음을 분절하고 인식을 행위보다 우월한 위치에 두고 학습을 이해하는 인지과학 분야의 전통적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학습의 과정을 이해하는 이론적 배경으로 '체화학습(embodied learning)' 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체화학습은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는 동시다발적 정신작용과 신체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것을 핵심 원리로 이해하는 학습의 갈래이다. 체화학습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참여자들은 다양한 감각에 대한 복합자극을 통해 체험과 반응을 통해 학습의 지평을 넓히게 된다. 본 논문에서는 연구자를 포함한 연구참여자 11인이 스위스 몽블랑 트레일, Tour de Mont blanc 코스를 따라 8박 9일간 트레킹 체험 속에서 일어나는 체화학습의 과정을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규명하였다. 한계와 난관의 극복을 통해 느끼는 실존적 자기인식의 과정, 공동체 속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체화학습의 현장의 모든 대화를 비구조화 면담의 형태로 수집하였다. 수집된 진술은 총 1,690개였으며, 의미가 중첩되는 언급을 제외하고 174개의 주요 진술을 범주화하고, 이를 25개의 주제와 5개의 중심 의미로 도출하였다. '신체 감지를 통한 심신 자각', '도구 및 정보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간신체성을 통한 상호배려의 움직임', '자기인식과 실천', '신체 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의 개념화; 체화학습'으로 도출된 중심 의미는 개인 차원에서는 자기인식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는 체화학습의 의미로 재구성되었다. 자기인식의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나의 신체가 소유의 대상이거나 기능적으로 이용 가능한 도구가 아닌 나 자신이며, 존재 그 자체의 실존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내적인 과정 그 자체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새롭게 습득된 체화학습의 결과는 개인에게는 자기인식과 실천을 촉진하며, 공동체에는 몸과 세계의 가로지르기를 통해 공통된 신체 성이 부여하는 공감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각 구성원의 자기인식을 바탕으로 체화학습이 촉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체화학습의 현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신체 활동을 통한 Input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체화학습은 감각 지각력을 통한 내면지각의 과정을 반드시 수반하여야 한다. 따라서 학습자 주도의 활동을 촉진하는 Interaction의 임무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체화학습이 이루어지는 환경은 개인적인 신체 활동뿐 아니라 상호작용으로 인한 Insight의 성찰이 촉진될 수 있는 단체활동 및 의미의 재개념화를 학습의 구성요소로 포함하여야 한다. 넷째, 체화학습의 전제는 신체성의 회복으로서, 학습자의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자아 발견이 이루어지는 Initiative가 이루어져야만 체화학습의 순환시스템이 학습자 주도의 지속성으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