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융의 분석심리학 이론을 적용하여 요한복음 4장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에 나타난 한 개인의 개성화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연구자는 이 연구를 통하여 성경에 내포된 상징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참 인간됨과 존재 가치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연구의 결과는 한 개인의 개성화 작업으로 인한 개인의 역할 확장이 그가 속한 사회에 긍정적 역동을 발휘하게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마리아 여인의 특성 분석, 그리고 여인과 예수와의 대화에서 나타난 개성화 과정의 단계, 그로 인한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경 본문에 나타난 사마리아 여인의 특성은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이 서로 상종하지 않는 민족 간의 특성으로 인해 첫 만남에서 예수를 배척하는 태도를 보인다. 사마리아 여인은 여섯 남성과의 순탄치 못한 혼인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는 성장기에 형성된 부정적 아니무스(Animus)가 그녀의 혼인생활을 파국으로 끌고 가는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한 그녀의 내적 상처는 예수의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태도로 드러났고, 페르소나 유지(維持)에 급급해 깊이 감춰진 진정한 자기(self)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사마리아 여인의 개성화 과정을 세 가지 측면에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깊은 내면의 상처가 우물가에서 예수와의 대화를 통해 변화되고 치유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결실로 여인은 자신의 참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무의식속의 자기(self)를 발견하는 개성화 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여인의 개성화 과정은 사마리아 고을 사람들을 일깨우는 원동력이 되어 그들에게 개성화로 가는 촉매제(觸媒劑) 역할을 했다.
둘째, 자신의 영적갈망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융이 언급한 대로 아니무스의 발달단계에서 일어나는 아니무스 변형에 따르는 긍정적 작용이다.
셋째,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는 내적인 구원자를 만남으로써 영적·심리적 통합을 체험하게 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개인의 체험은 집단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서 그가 속한 한 집단의 긍정적 역동에너지를 발현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마리아 여인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예수와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깊은 내면, 즉 무의식의 심층에서 작용하는 자기(self)를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여인의 자기실현 갈망은 도화선이 되어 결국 예수의 신적 신원을 밝혀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기발견을 향한 내적 동력은 그녀를 마을 사람들한테로 향하게 했고, 공동체 집단을 변화키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그녀의 심리적 특성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안에 깊이 감춰져 있는 자기를 표출하게 된 것이다. 이는 무의식 안에 억눌려 있던 내면의 자기가 자아(Ego)를 자극하여 그림자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마리아 여인의 개성화 과정은 결국 심혼으로 연결된 종교심의 작동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개성화 과정이 시작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체험을 알림으로써 집단 그림자를 걷어내는 사회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