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디자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과학기술 발달과 세계화에 따른 문화적 현상은 디자인이 획일화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흐름과 변화를 감지하고 면밀히 분석·예측하여 새롭게 다가올 미래에 적합한 디자인의 문화 유형과 특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므로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디자이너와 기술자는 역사를 통해 미래가 어떻게 보일 것인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결정해 왔듯이, 역사 위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면 마침내 디자인이 서 있는 경계에 접근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디자인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이원론적 구조를 통해 '문화 특성과 디자인 변천 간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본 논문은 문헌을 중심으로 한 정성적 연구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851년 만국박람회부터 현재까지 시대 변천에 따라 얼마나 다면적인 개념으로 변천되었는지 제품 디자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으며, 건축과 그래픽도 일부 포함되었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연구 구조를 갖는다. 첫째, 디자인의 정의와 변천을 역사적 문맥 위에서 사회·문화·세계적 맥락과 함께 통시적 관점으로 고찰하였다. 둘째, 문화의 정의와 문화모델, 그리고 문화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다원적인 성격을 지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였다. 셋째, 앞서 고찰한 학자들의 문화 모델과 문화 특성 이론에 의거하여 '문화 특성과 디자인 변천 간의 해석'을 위한 연구 모형을 고안하였다. 조형언어로서 디자인의 역사를 3가지-장식미술, 모던 디자인, 포스트모던 디자인-로 분류하여 공시적 관점에서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로 국가 간 디자인 특성을 비교·분석하였다.
본 논문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르누보의 조형 특성은 곡선 대 직선, 사회현상 및 이념은 근대화로의 이행을 위한 상징주의 대 실용주의로 구분하였다.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는 역사와 무관한 자연의 모티브를 이용한 관념적 해석을 통해 곡선적 양식을, 불확실성 회피가 낮은 영국과 오스트리아는 유토피아적 미래를 만들고자 실용적 해석을 통한 직선적 양식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여러 나라의 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양식으로 나타났다. 둘째, 모던 디자인의 조형 특성은 기하학 대 유기적, 사회현상 및 이념은 모더니즘의 해석 방식에 따라 기능주의 대 표현주의로 구분하였다. 남성성이 강한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은 냉철한 기계 미학으로 모더니즘을 해석하여 기하학적 기능주의를 표현하였다. 반면, 여성성이 강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인간 중심에 중점을 두고 모더니즘의 온건하게 해석하여 유기적 기능주의를 표현하였다. 셋째,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조형은 급진적 대 대안적, 사회현상 및 이념은 표현주의 대 실용주의로 구분하였다. 권력거리가 큰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은 미래주의적 관점에서 화려한 급진적 디자인으로 표현하였다. 반면, 권력거리가 낮은 영국, 독일은 합리주의 관점에서 단순한 대안적 디자인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 디자인 정책과 디자이너의 사상과 관련이 있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디자인 역사의 공통점은 국제적 장식 양식으로서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나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 중심에는 홉스테드가 정의한 문화 즉, 정신의 소프트웨어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본 논문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디자인 결과물과 국가 간 문화 차원을 연계하여 비교·분석한 내용은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 관점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디자인 역사서에서는 문화적 소산으로서 디자인된 결과물의 사회·문화·경제·환경적 관점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보다 깊이 숨겨진 국가 간 정신문화를 추적함으로써 디자인사를 해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데 시사점이 있다. 둘째, 문화적 층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구 모형은 디자인의 문화 유형과 특징을 활용하여 디자인의 미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프레임으로 활용 가능하다. 디자인은 서로의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글로벌 문화 속에서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므로 문화적 관점에서 디자인의 해석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본 연구는 디자인과 문화의 관계를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더 좋은 디자인 해법을 찾으려는 연구자의 노력에 대한 과정이며, 후속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