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은 몸에 지니거나 집안에 설치하여 신이나 그와 동일시하는 존재에게 제액초복(除厄招福)을 바라는 대표적인 길상의 풍습이다. 흰색이나 노란색 종이 위에 붉은색 문자나 선으로 구성된 부적은 가독성보다 주술성을 강조하여 문자를 왜곡하고 변형하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부적 연구를 통하여 내용적 측면을 살펴보면, 부적은 우리 민족의 사상과 종교, 문화와 정서가 담긴 대표적 상징 이미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부적에 대한 인식이 내용적 부분은 외면하고 주술적 기능만을 강조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원시 신앙의 잔존물로 평가 절하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오복부적 구성요소의 특징과 의미 분석을 통하여 오복부적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시대상과 한국적인 정서를 확인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범위는 크게 부적 구성요소의 내용과 형태로 나누었다. 내용적 범위는 오복을 상징하는 부적으로 제한하고, 형태적 범위는 평면형태의 부적으로 범위를 한정하였다. 또한, 연구대상 수집범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부적 이미지로 제한하였다.
연구방법은 기존의 부적 이미지 중에서 오복부적(五福符籍)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미지의 구성요소 분석을 위하여 분석작업을 3단계로 진행하였다.
첫 번째, 오복부적의 분류는 수집된 부적 이미지를 서경의 오복(五福)인 수(壽)·부(富)·강령(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다음으로 오복을 현대적 의미인 장수(長壽)·재물(財物)·건강(健康)·성공(成功)·자손번창(子孫繁昌)으로 재해석하여 장수부적(長壽符籍)·재물부적(財物符籍)·건강부적(健康符籍)·성공부적(成功符籍)·자손번창부적(子孫繁昌符籍)이라고 각각 명명하였다.
두 번째, 분석대상의 선정은 기존의 부적 이미지에서 추출한 구성요소를 3회에 걸쳐 전문가집단 7인을 통하여 40개의 구성요소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세 번째, 구성요소의 분석은 오복부적 구성요소의 사용빈도를 각각 추출하고, 이를 통하여 구성요소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또한, 선행연구와 서적을 근거로 하여 구성요소의 의미를 분석하였다.
오복부적 구성요소의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장수부적은 주로 칠성신앙의 칠성신, 불교의 윤회 사상, 도교의 이상향인 삼청 등을 의미하는 구성요소가 사용되는 특징이 있었다.
두 번째, 재물부적은 계약, 신의, 준법, 이득, 결과, 세우는 것, 길상 등의 의미가 있는 한자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었다. 특히 부적의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구성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건강부적은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원리로 제작된 벽병부(僻病符)가 많은 특징이 있었다.
네 번째, 성공부적은 절대적 존재의 위력을 의미하는 한자와 강한 양의 기운을 의미하는 한자를 주로 사용하는 특징을 알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자손번창부적은 장수부적과 칠성신앙을 근본으로 하여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손번창부적의 구성에 있어서 좌우의 균형 즉, 음과 양의 조화라는 측면에서의 표현이 많은 특징이 있었다.
여섯 번째, 오복부적 각각의 구성요소는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구성요소 8개(○, 一, □, 日, 尸, 鬼, │, 几)를 별도로 추출하여 그 다양한 의미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8개 구성요소 각각은 한 가지 의미가 아닌,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숫자와 관련되어 구성요소 의미가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래 숫자는 계산하기 위한 문자이지만, 오복부적에서 수의 개념은 상징적 표현을 통하여 여러 가지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음양오행사상과 우리의 민속신앙,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종교 및 각 시대의 문화가 녹아들어 부적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결과, 부적의 구성요소에는 각 시대의 사상과 종교, 한국적 정서와 문화가 압축되어 담겨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를 통하여 부적이 한국의 대표적 상징 이미지로써 손색이 없으며, 그 문화·예술적 가치 또한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독성보다 주술성이 강조되어 문자를 왜곡하거나 변형되는 현상을 지양하고 현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적 구성요소의 형태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문화와 토속신앙에 관한 연구를 통해 더욱 다양한 부적 디자인과 활발한 한국적 문화콘텐츠 개발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