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은 지역 근대산업유산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가치성 등 각각의 산업유산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보존하되, 문화예술시설로서 그 기능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문화생산 개념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이는 기존의 공연장이나 미술관과는 다른 형태로, 예술가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예술창작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주민의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하면서 예술가와 지역주민간의 참여와 협업을 실험함으로써 문화를 통한 지역재생이라는 패러다임을 실천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들이 대체로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에 의해 주도되고, 예산과 운영에 있어서도 관 주도의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예술가는 1년 단위의 레지던시로 기거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참여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 등 거버넌스 기회를 갖기에는 한계가 있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 논문은,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에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이고 공간 활성화의 필요성을 살피면서 그에 따른 방안을 찾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연구방법으로는 문헌연구를 바탕으로 사례연구와 실제 연구대상인 대구예술발전소 담당자 및 대구지역 문화예술분야 전문가와도 면담을 진행하였다.
이에 연구자는 현재 우리나라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의 성격과 역할을 정리하고, 산업유산의 보존과 활용의 필요성, 문화민주주의 이념에 따른 공간 특성, 지역사회 기반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아울러 지역문화진흥에 따른 시민 참여가 이루어지기 위한 법적 배경과 문화거버넌스의 개념 및 그 배경을 정리하여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시민 참여의 구도와 전망에 대해 기술하였다.
그 가운데 대구예술발전소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대구예술발전소가 지역의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으로서 탈바꿈하게 된 도시재생 사업개요와 대구예술발전소의 운영 현황 및 성과를 분석하였으며, 담당자 및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여 현재 대구예술발전소의 쟁점과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2023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대구예술발전소는 2008년 10월 '지역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예술창작벨트 조성계획'의 시범사업대상지로 선정되어 2010년 리모델링 공사 후 2013년 3월에 개관하였다. '시민을 위한 문화플랫폼의 공간으로'라는 미션 아래 대구예술발전소는 우리나라 담배산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유산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를 리모델링하여 낙후된 구도심에 예술창조공간을 조성한 사례이다. 이로써 지역의 산업유산을 보존하고, 도시재생 효과는 물론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을 지원하여 실험적 예술창작 인프라 확충과 창의적 작가 양성기반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대구예술발전소가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운영구조의 변화가 필요하고, 일시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 아닌 지속적인 연결과 함께 지역주민 및 시민이 직접 문화를 창조하고 참여하는 공간이 되기 위한 관련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대구예술발전소와 같은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 주도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과 새로운 방향을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첫째, 대구예술발전소의 운영 개선을 제안하였다. 그 세부 방안으로 운영주체 변화를 통한 문화예술 공간의 차별화, 대구예술발전소의 기능과 역할의 재정립, 전문인력 양성 및 조직운영을 제시하였다. 둘째, 지역사회의 시민 주도적 참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의 문화거버넌스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시민 참여 의사 결정 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시하였다. 셋째, 시민 주도 참여 프로그램 개발이 되어야한다. 시민이 대구예술발전소를 통해 문화예술활동을 할 때 운영주체로부터 요청받는 것이 아닌, 주체성을 가지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에 참여하고, 시민 자발적 예술네트워크 형성과 지역 산업유산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넷째, 대구예술발전소 중장기 발전 방안 수립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곧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예술발전소가 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발전 방안 수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