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수도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충만한 사랑으로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이에게 자신을 내어 주는 동정의 길로 불리움을 받은 이들이다. 여성수도자들이 살아가는 정결은 영혼과 육체의 단일체인 인격 전체의 자유로운 증여이며 관계에 대한 충실함으로 자기 초월성을 지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단순히 성행위의 배제도 완벽한 자기 통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정결의 긍정적인 의미는 현대의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안에 풍부히 담겨 있다. 특히 인간의 성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기초를 제공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상은 여성수도자의 정결을 이해하는 데에도 하나의 빛을 비추어 준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 혼인과 가정의 깊은 의미를 탐구한 교황은 인격인 인간의 전적인 자기증여의 사랑을 '혼인적 사랑'이라 부른다. 이러한 혼인적 사랑은 혼인 안에서의 배우자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하늘나라를 위해 스스로 동정을 선택한 수도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수도자들의 정결 서원과 동정의 삶은 혼인적 사랑의 본질인 '자기 봉헌'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양성의 주체로서 살아가게 되는 여성수도자들이 수도공동체와 사도직 활동 안에서 정결의 의미를 혼인적 사랑의 맥락에서 이해하게 될 때 여성으로서 천부적으로 주어진 다른 이를 돌보고 양육하는 재능인 모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여성수도자들은 교회의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신원을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게 될 것이다.